★한국 현대사/12.12사태

12.12 : 군벌과 군조직 -12-

머린코341(mc341) 2020. 3. 15. 16:20

12.12 : 군벌과 군조직 -12-




수경사 33경비단 작전주임 김달연 소령은 수경사 기밀실에서 장태완 수경사령관의 명령을 하달받은 60여명의 장교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그 곳에서 자신의 직속상관인 김진영 33경비단장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하달받고 혼란이 왔다.


그때까지 군 내부에서 존경받았고 자신의 멘토와 같던 김진영을 적으로 돌려야 하느냐의 문제였다. 결국 그는 수경사령관의 명령에 따르기로 결심하고 33경비단 중대장들을 모이게 했다.


“김진영은 이제 우리 단장이 아니다. 보는 대로 체포하던지 무기를 갖고 반항하면 사살해도 좋다.”


그 이후 김 소령은 장태완 사령관의 명령대로 청와대 외곽 팔각정 주변에 배치된 수경사 33경비단 3개 중대 병력을 사령부로 철수시켰다. 원래 33경비단에서 수경사령부로 가려면 자하문-효자동-광화문을 거쳐 가야 하나 가는 경로에 있는 30경비단에서 무슨 일을 할지 몰랐다.


실제로 이전에 수경사령부로 가던 수경사 33경비단에 배치된 수경사 전차대대의 1개 전차중대가 김진영 33경비단장의 공작으로 수경사 출동 도중 회군해버린 사례가 있었다.


결국 김달연 소령은 방향을 바꾸어 정릉 쪽으로 우회하여 갈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실제로 30경비단에선 33경비단 병력의 사령부 합류를 저지하기 위해 자하문 부근에 저지조를 대기시키고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공을 들여 필동 사령부로 철수시킨 병력이 도착한 시각이 13일 새벽 1시 반으로, 이미 사태가 끝나 있던 시각이었다는 점이었다.


1공수여단 병력은 김포의 주둔지를 출발, 만나는 길에 있던 검문소들을 무력화시켜가며 전진 중이었다.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수도군단 관할의 개화 초소였다.


행주대교 남단에 있는 개화 초소는 그 소속이 수도군단으로 수도군단장 차규헌 중장이 30경비단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공수를 통과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박희도 준장은 결국 개화 초소를 점령하고 행주대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행주대교 북단의 검문소는 수도군단 관할이 아닌 30사단 관할이었다. 30사단장 박희모 소장은 저녁 10시경부터 계속해서 내려진 장태완 수경사령관과 육군본부의 행주대교 차단 명령을 무시하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 결과 1공수는 무난하게 행주대교를 건너갈 수 있었으나, 문제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30사단의 검문소 병력 또한 1공수를 우선 제지부터 하고 본 것이었다. 박 준장은 이 초소 또한 점령하고 전진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검문소는 수색에 있던 수경사 헌병단의 검문소였다. 이곳에선 1공수 병력들이 진출하기 이전부터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들의 직속상관인 수경사 헌병단장 조홍 대령은 그들로 하여금 발포하지 말 것을 지시하고 있었으나, 역시 직속상관인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헌병단은 부단장이 지휘하고 있으니 단장의 말을 듣지 말고 병력 접근 시 발포할 것을 지시하였다.


결국 수색 검문소에서는 김기택 수경사 참모장에게 어떻게 할 지를 물었고, 김 준장은 결국 저항하지 말 것을 지시하였다. 수색 검문소의 병력들은 1공수 병력이 접근하자 도주했다. 그렇게 1공수는 일사천리로 통금시간의 텅텅 빈 서울거리를 질주하며 용산의 육본과 국방부로 향했다.


김병두 국방부 보안부대장은 이미 전두환 보안사령관으로부터 미리 육군본부와 국방부에 사전공작을 하라는 지시를 하달받은 이후였다.


그는 국방부 당직총사령이던 의무국장 박상빈 소장, 육본 본부사령 황관영 준장, 육본 헌병대장 이종민 중령등에게 ‘새 계엄군이 들어오니 경비병들이 오인사격하지 않게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1공수가 삼각지를 통과해 육본과 국방부 앞에 있는 도로에 멈춰섰다. 정문에 있던 육본과 국방부 헌병들은 발포하지는 않았으나 1공수 병력의 의해 모두 제압되었다.


육본 본사 쪽의 점령은 쉽게 흘러갔으나 벙커 쪽에서는 총알이 날아왔다. 벙커를 경계하던 헌병들이 초병들을 제압하는 김경일 대대장의 1공수 1대대 병력을 보고 응사한 것이었다.


이후 1공수는 이들 4명을 모두 제압하였다. 박희도 여단장은 서수열 2대대장과 함께 육본 본부사령실로 향했다. 그 사이 1대대는 육본 본사 막사와 헌병대 막사를 점령하였다.


한편 국방부 쪽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국방부 보안부대장 김병두 대령이 다른 곳에는 사격하지 말 것을 지시하고 있었으나, 옥상에 위치한 수경사 방공포병단 소속 발칸포에는 미처 지시를 내리지 못한 것이었다.


장태완 사령관의 병력 접근 시 발포 병령을 하달받은 이들은 명령대로 발칸포를 지상에 발포했다. 배모 중사 등 몇 명이 부상당했으나 곧 1공수 5대대 병력의 응사에 발칸포가 침묵했다. 정문에서는 아직도 헌병들이 1공수 병력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었다.


1공수 병력이 정문을 장악했을 때 쯤 대장 성판을 달고 있던 차량 한 대가 국방부로 진입했다. 이때 1공수 병력이 정지를 지시하며 차량에 M16을 발사하여 안테나를 부러트리자 그제서야 진입하던 차량이 멈춰섰다.


병력들이 접근해보니 차량 안에는 한미연합군부사령관 류병현 대장이 뒷좌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는 1공수 병력에게 호통을 치면서 교전 중인 국방부 건물로 향했다.


1공수여단 5대대장 박덕화 중령은 부대대장 최우영 소령에게 국방부 벙커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내렷다. 최 부대대장인 1공수 5대대 15지역대에 벙커 점령을 지시하였다.


벙커 입구로 돌격하던 15지역대 병력에게 벙커 입구를 경비하던 헌병 2명이 응사했다. 그 중 한명이 벙커 쪽으로 뒷걸음질을 치다 목 부근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 그는 제대를 3개월여 남겨놓고 있던 국방부 헌병대 소속 헌병 374기 정선엽 병장이었다.


한편 국방부 청사 내에서도 교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헌병중대장 이기덕 대위는 불을 모두 끄게 한 후 바리케이트를 설치하며 저항하고 있었고, 헌병들은 M16을 쏘아대며 진입하는 1공수 병력에게 맞서 응사를 하였다.


이때 국방부 청사 1층에 걸려있던 운보 김기창 화백의 그림 <적영> 또한 총을 맞았다. 월남전의 638고지 전투를 소재로 한 이 그림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국군 병사의 눈에 총알이 명중해 있었다.


한편 국방부 헌병대는 절대적으로 1공수 병력들에게 열세였다. 결국 1공수 병력들은 2층에 위치한 장관실까지 도달했다.


장관부속실에는 헌병 7~8병과 김용휴 국방부차관, 합참의장 김종환 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류병현 대자, 국방부 방산차관보 이범준 중장, 777부대장 김용금 중장, 합참 작전국장 이경율 소장 등 장성 10여명이 있었다.


1공수 병력이 장관실 앞에 도달해서 문을 열고자 했으나 문이 잠겨 있었다. 사격명령이 내려졌고, 즉시 5대대 병력이 문에 대고 M16 수정을 발사했다.


총알이 장관부속실에 빗발쳤고 안에 있던 장성들은 모두 몸을 숙였다. 부속실에 있던 거울이 산산조각났다. 이후 총알자국으로 만신창이가 된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은 1공수 5대대장 박덕화 중령이었다.


류병현 대장은 박차고 들어온 1공수 대위에게 장관실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고 총을 쏴대며 들어온 것에 대해 호통을 쳤다.


그에 아랑곳않고 박덕화 중령은 근처에 있던 전화로 육본 본부사령실에 있던 박희도 여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방부 평정 사실을 전달했다. 박희도 여단장은 장관을 찾을 것을 지시했다.


이후 국방부장관실로 들어온 박희도 여단장을 김종환 합참의장이 그를 나무랐다.


“박 장군, 이게 무슨 짓인가. 북한을 눈앞에 두고 우리끼리 총질을 해서야 되겠는가 말이야.”


이후 장관실에 있던 장성들은 총격전이 시작되자 국방부 장관실을 빠져나가 행방이 묘연하던 노재현 국방장관을 찾아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국방부를 이잡듯이 뒤지던 1공수 병력들은 새벽 3시 50분 경 지하 1층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때 지하 1층으로 향하는 계단 밑에서 인기척을 느낀 1공수 병력이 총을 겨누며 말했다.


“누구야!”


군복과 사복을 입은 두 사람이 계단 밑에서 나왔다. 사복을 입은 사람이 말했다.


“나 장관이다.”


노재현은 총격전이 시작된 새벽 1~2시 경부터 새벽 4시경까지 국방부 안에서 전속부관 배상기 소령 한 명만을 대동하고 1공수 병력으로부터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급히 1공수 병력들이 거수경례를 올렸다.


[뻘글 집합소] 201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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