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 82기 박동석

해병은 간다.(1)

머린코341(mc341) 2015. 1. 4. 20:43

해병은 간다.(1)

이글은 해병 82기 박동석 선배님(뒤에 부사관 22기로 제대)이 평생을 두고 이 글을 쓰고 싶어
(모군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자 애착으로) 97년도 국제신문 논픽션 제4차 공모 최우수작으로
경험담을 리얼하게 묘사하여 쓴 글로서,
약 1년 6개월 전 풍산마이크로텍 박영춘 선배님(173기)이 저에게 주고 가신걸 선배님들께
전화해서 선배님들에겐 아련한 추억을 .. 후배님들에겐 ..모군 사랑을
다시한번 느껴 보시라고 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1. 아련한 추억을 찾아서

실로 근 40년만에 이 고개를 넘어간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고개다.
경남 진해시를 둘러치고 있는 병풍같은 뒷산.
이 뒷산에는 경화동쪽에서 창원으로 넘어가는 [안민고개]가 있다 .
찻길이 있는 진해 시가지야 수없이 오고 갔지만 안민고개는 항상 가 본다는 마음 뿐이었다.

몇 번을 벼르다가 어렵게 틈을 내었다.
언제부터인가 이 고개도 포장이 되고 좁은 길이지만 새롭게 단장이 되어 있었다.
창원 쪽으로 해서 올라가 고갯마루에 앉았다 .

숨가쁘게 헐떡거리며 오를때의 땀과 고통과 인내.

드디어 고개위에서의 시원한 조망 그리고 떼밀려 내려오는 듯한 하강.
그래서 산고개는 마치 순간순간 우리의 삶. 아니 한사람의 일생 같다고나 할까?

1958년 자유당 말기.
특히.우리 젊은이들에게는 참으로 암담한 시기였지.
대학에 합격은 했지만 등록금이 있을리 없었지 .

공부한 게 아까워 연습을 해본 것 뿐이지.
대학은 고사하고 당장 목에 풀칠할 일이 걱정이었지. 밥은 먹여준다니까 .
이왕이면 여자같이 내성적이고 주변머리 없는 내 성격까지도 뜯어 고치자.

해병대로 가자 !
저아래 보이는 경화동역에서 부산지구 해병신병 합격자 전원이 내렸지.

모병관의 인솔로 저 아래 보이는 신병훈련소 2정문으로 구보를 해 들어갔었지.

그리고 오른 손을 들고 입대선서를 했었지.
2정문안에 보이는 해병신병훈련소 건물은 멀리서 보아 그런지

옛 모습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간혹 낯선 신축 건물들이 몇개 보이지만 별로 큰 변화는 없는 듯하다.

2 .천사의 땅

[오늘도 젊은 피 불길을 뿜는다]란 군가의 구절처럼 쉴새없이 뛰고 구르고

낮은 포복으로 기어 다니다가도 그 추운 겨울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등 제정신이 아니었다.
군대 정신뿐이었다고나 할까?

구령에 따라 움직이는 부속품으로서의 나날이엇다.

거기에다 눈만 뜨면 보이는 것이라고는 푸른 제복과 푸른 바다요,
심지어 내무반에 들어가도 푸른 담요, 푸른 러닝셔츠. 푸른 팬티였다.
다른 색깔이 있다면 붉은 바탕에 노란글씨로 [정의와 자유를 위하여]라고

선명하게 새겨진 중대 깃발 뿐이었다.
이 깃발을 따라 쉴새 없이 움직였다.

나 자신을 찾아보고 지난 일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란 고작 화장실 3분.
취침직전 3분정도였다. 푸른색깔 아닌 다른 색깔의 옷을 입었던 입대 전의 가족, 친구 등은
기억조차도 아물 아물해서 마치 무슨 동화의 세계처럼 어렴풋했다.

그런데 하루는 나에게도 누가 면회를 왔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 훈련병들에게는 외출은 되지 않았지만 일요일마다 부대 2정문 옆 면회실에서
찾아 온 가족의 상봉만은 한 두 시간 정도 허락되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면회를 올 만한 사람도 없었다.
진학도 못했고 입에 풀칠도 못하던 내가 마치 이 세상을 탈출하려는 사람 모양으로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지원 입대한 처지고 보니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혹시 [나이롱 면회]가 아닐까 했다.

나이롱 면회란 면회나간 동료들이 다른 전우의 이름을 써 넣어서

가족이 면회온 것처름 하여 불러 내 주는 수가 가끔 있었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훈련병 생활이 3개월쯤 지나 (당시는훈련기간이 길었음) 진해에서의 기본훈련도
거의 다 끝나가는 오늘까지도 나에게는 이 나이롱 면회 한번도 없었으니

가슴을 졸일 수 밖에 없었다.


 

출처 : 해병대인터넷전우회, 해병212기 박순갑 선배님 http://www.rokm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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