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 82기 박동석

해병은 간다(3)

머린코341(mc341) 2015. 1. 4. 20:47

해병은 간다(3)

 

그 아가씨는 많이 먹어서 가물가물한 내 꼴을 보고 울먹이다가

큰일났다 싶었던지 내 등을 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소용이 없자 사이다를 한병 사서 조금 마시게 햇는데(그 당시는 사이다가 유일한 소화제)

이번에는 속이 부글부글 긇는 것 같아 배는 더욱 부르고 더 견디기 어려워졌다.

이런 나를 그는 화장실로 데리고 가 토하게 하고는 등어리를 탁탁 쳐주는 것이었다.

그후에 10여년간 해병대 생활을 하게되는데 난 가끔 그 아가씨가 서 있던

그 등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보며 [천사의 땅] 이라고 혼자 이름 짓고는

즐거운 옜날을 되돌아보곤 했던 것이다.
해병대 생활을 떠난 후 또 30년이 흘러 이 등나무 아래 [천사의 땅] 과 인연을 맺은 지
근 40년이 흐른 지금 안민고개에 앉아 저 아래 저 곳 그[천사의 땅] 을 또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젠 나 혼자가 아니라 그때의 그 천사가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주름살
투성이의 할매가 되어 내 옆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는 가운데

두사람이 지그시 내려다 보고 잇는 것이다.

3. 천자봉 구보.

안민고개에 앉아 눈을 왼족으로 돌린다.

불모산 봉우리(육안으로 보이는 레이더 기지가있는산)는

아래로 손발처름 뻗어내린 몇개의 산맥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 산맥들은 진해 창원김해를 가르면서 그중 한 줄기는 진해 뒷산이 되어

진해시와 진해만을 뒤에서 병풍처름둘러치면서 포근히 감싸안고 있으며

한가닥 안민고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 한줄기는 멀리 남해로 달려가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달려 내려가다가
중간 부분에 우뚝 멈춰 서서 고개를 갸우뚱 젖히며 멀리 다도해를 굽어보며
선 바위더미의 산봉우리가하나 있는데 이를 천자봉이라고 한다.

이 천자봉은 남해바다뿐 아니라 바다 건너 멀리중국 주천자 의 탄생 전설을 안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천자봉 정상 아래에는 [해병혼] 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어서
진해 시가지 에서도 알아볼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 흔적만 아물거리고 있었다.

우리 해병들에게는 약 1주일에 한 번 정도 이 천자봉 구보라는 훈련과정이 그 당시는 있었다.
걸어서 올라가기도 어려운 그높은 천자봉을 단독무장을 하고 뛰어서 올라가야 만헀다.
훈련소 2정문에서부터 뛰기 시작해서 해병창설 기념탑이 있는 덕산비행장을 지나 사격장
부근 야산을 오르면 벌써 숨은 목에 차고 땀이 이마를 타고 눈에까지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의 2km 쯤은 시쳇말로 장난이었다.

여기까지 중대별로 뛰어왔던 대열은 다시 소대별로 조금 더 뛰어오르면 분대별
그 다음에는조별. 정상 가까이부터 바위무더기 정상까지는 각개약진이 되어 뛰어 올라가야만 했다.
만약 보통걸음으로 어슬렁 거리다가는 교관이 뒤에서 뭉둥이를 가지고
좌충우돌하기 때문에 쉴 새 없이 뛰고 또 뛰어야만 했다.

전투가 따로 없었다. 숨이 넘어가도 뛰어야만 했다.

수통과 대검은 덜렁거리면서 다리를 때리고 m1 소총은 왜 그리 무거운지.

철모는 머리를 누르고 가시덩굴은 옷을 잡아 당긴다.
땀이 범벅된 얼굴과 손등에는 가시덩굴 잡목 잎사귀가 사정없이 찌르고 핥아서

사람의 진행을 방해하는데 시간은 없고 숨은 목에 차 지옥 1보 전을 맛보는 기분이 었다.
그러다가 천신만고 끝에 정복한 천자봉 정상에 올라 앉으면 짜릿한 정복감과 함께
산바람이 휘날리는 푸른 군복자락을 보노라면 무슨 전승장군이 된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멀리 남해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내려다보며.......
.[우리들은 대한의 바다에 용사.....나가자 서북으로 푸른 바다로........]
목청껏 군가를 부르면 마치 온 산들과 바다가 내 발 아래 차일듯 했고
산의 정기가 가슴에 꽉 차는 듯했다.


이렇게 땀을 식히는 것도 잠시.

인원 점호가 끝나고 나면 이번에도 또 구보로 내려가야 한다.

다람쥐처름 재빨리 내려쏟는 뜀박질은 올라 올 때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려오다 보면 정지가 잘 안되고 다리가 휘청거려서
소나무를 잡고 넘어지기가 일쑤였다. 어쩌다가 데굴데굴 몇 바퀴 구르기도
하지만 큰 상처가 없는 것이 신기했다.

내려오다가 가끔 만나는 나무꾼들이 지게를 받쳐놓고 한가하게 땀을 식히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전설 속에 나오는 선녀의 남편쯤으로 보이기도 했다.
산을 다 내려와 덕산사격장 부근에서 인원점호가 끝나면 또 다시 중대 단위로 정렬해서

붉은 중대깃발을 따라 군가를 우렁차게 부르며 구보로 2정문으로 들어오곤 했다.


 

출처 : 해병대인터넷전우회, 해병212기 박순갑 선배님 http://www.rokm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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