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 82기 박동석

해병은 간다(5)

머린코341(mc341) 2015. 1. 4. 20:55

해병은 간다(5)

 

저 저승사자 같은놈. 고함이나 좀 작을 것이지.


묵묵히 고개를 넘는다.

 

걷고 걸어서 상남훈련대(현 창원대 자리)에 도착하고 보면 당장 또 불호령이 떨어진다.

 

전쟁에는 휴식이 없단다. 당장 전투 훈련이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훈련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누런황토를 뒤집어 쓴 교관들은 눈만 반짝반짝거린다.

 

오늘은 이산. 내일은 저산

인근의 높고 낮은 산들은 포복과 철조망 통과, 각개전투,

공용화기 사격 등으로 벌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린 땅두더지가 된다. 밤에 산을 걸어가면서도 잔다(?).


푸른 군복이 누더기가 되어서야 1개월의 훈련과정이 끝난다.

또 다시 완전무장과 개인 및 공용화기를 둘러메고

진해에서 왔던 고갯길을 강행군해서 되돌아 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안민고개에 앉으면 무거운 짐이나 땀도 잊은 채

훈련이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에 또 한번 눈물을 훔치는 것이다.


이래저래 안민고개는 어머님고개, 눈물고개 였다.


지난 3개월간 그래도 정들었던 곳이어서일까.

 

내려다 보는 경화동 신병훈련소는 차라리 고향같은 느낌이 든다.

 

드디어 이 눈물고개를 넘어 여좌동 3가 굴다리리를 지나 경화동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옛 해병보급정비단 앞에서부터 후배해병들이 훈련도 중단한 채

길 양편에 도열하고 박수를 치면서 환영하는가 하면

선두 몇 사람에게는 꼿다발이 목에 걸려지고 군악대까지 동원되어 행진곡을 불어체치면
우리들은 무겁던 군화가 가벼워지면서 콧잔등이 시큰거리는 것이었다.

 

나도 해냈다는 뿌듯함. 그것 때문이었는지 주르르........... 눈물까지 흘리는 병사도 있었다.

 

우리들은 풀과 나뭇가지를 꺽어 철모와 어깨에 꽂아 위장을 한 황토가 묻고

누런 먼지 투성이가 된 군복이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것처름

후배 앞에서 으시대면서 3정문, 2정문 앞을 차례로 통과하며 걸어 들어갔던 것이다.


울고 넘어가고 울고 넘어왔던 눈물고개!

 

나는 오늘도 수 많은 인생고개를 넘어오면서
고달파도 넘고나면 새로운 환희가 있을것이라는 나름대로 의 신념을 씹어면서
살아가고 있는것이다.

 

리곤 인생이란, 수많은 눈물고개가 아닐까하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이곳에 앉아 재음미해 보곤 하는 것이다.

5. 해병은 간다.

안민고개를 내려선다. 어딘가에서 [상륙전의 노래]가 들린다.

 

저아래 신병훈련소인가. 아니면 천자봉. 그것도 아니면 상남훈련소인가.

 

생생히 귓가를 울리는 듯 하건만 휘휘 둘러보아도, 해병대의 자취는 어디에도 없다.

날아라 전폭기야 울어라 함포
모함을 떠나면 배수진이다.
빗발치는 탄막을 뚫고 헤치며
해병은 굳세게 싸우고 있다.
아아! 상륙전 진격의 싸움
삼군에 앞장서서 해병은 간다.

상륙전은 바다와 하늘과 땅에서 실시되는 입체 작전이니

육해공군의 무기가 동원될 뿐 출발에서 부터 최후의 승리까지는

해병대원들의 육탄 싸움인 것이며 후회가 있을 수 없는 싸움인 것이다.

 

일단 적해안에 상륙하면 뒤는 바다요 앞은 적지이다.


뒤로 배수진을 친 형국이니 물러날 수가 없는 것이다.


모함에서 출발, 적 해안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에는 조그만 점에 불과한 교두보지만
이 점을 차차 확대하여 무한대로 넓혀 가야만 한다.

 

그래서 [영에서 출발하여 무한대를 지향한다] 라고들 한다.

 

한걸음 두걸음은 점의 확대요. 점의 소멸은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 인생살이란 것도 이와 같이 점을 확대하여 앞으로 가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앉아 있어도 가고 누워 있어도 가고 뒤로 가도 앞으로 가는 것이 되는 것이다.


흐르는 시간선상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가기 싫다고 안 갈수도 없는 것이요. 꾀를 부린다고 뒤로 물러 날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은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언제나 가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인생살이에는 상이 없다고 했던가 .


이왕 갈 바에는 좀 더 가치있게 좀 더 아름답게 걸어가야지.

 

걸림없이 헐헐 구름에 달 가듯이 말이다.


강을 건넌 후엔 뗏목까지도 버려야 한다.


욕심에 머무는 마음은 자유가 없다. 머무는바 없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 옛날 불렀던 그군가의 한 구절은 지금도 환청이 되어 귓가를 때린다.
[해병은 간다]


지금도 내 가슴에 살아 있어서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나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나를 찾아보며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삼을때가 많다.
이상 ..끝


산과 바다와 월남의 정글속에서 생사를 함께 했던 전국 방방곡곡의 수많은 전우들!

역사의 질곡을 딛고 새롭게 일어서 옜원기를 되찾은 국제신문에 실리는 이글이

너와 내가 다시 만날 수 있는 가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며
자유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복종을 좋아했다던 만해의 역설처름

[정의와 자유를 위하여] 라는 해병대의 깃발을 따라 가면서 끝없이 복종 해야만 했던 해병대 생활
마음은 항상조직을 떠나고 싶고 가끔은 우정도 가정까지도 버리고 싶은.
그리하여 아무데도 걸림이 없는 원시상태의 삶을 그리워 했었지.


그러나 직장이란 조직 속에 얽매이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친구라고 하는
우정의 끈 속에 구속되지 않으면 심심해 하고 자유를 그리워하면서도 복종
하면서 살아가고 잇는 나그네들에게 이 글이 조그만 위안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심사평]
지난날 자신의 군영 생활의 경험담을 절실하고 리얼하게 묘사 한점이 눈에 띄었고
사실을 적시하는데도 충실했다는 심사평에 의한 97년도 국제신문 제4차 공모
최우수작으로 당선되어 전우를 다시 만날 가교 되었으면 한다고 하셨읍니다.

 

 

출처 : 해병대인터넷전우회, 해병212기 박순갑 선배님 http://www.rokm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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