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264기 박동규

춥고 배 고프고 졸립던 시절을 회상하며(5)

머린코341(mc341) 2015. 1. 6. 04:43

춥고 배 고프고 졸립던 시절을 회상하며(5)

4. 해안방어의 추억


(엄청나게 용감했던 부산 출신의 오** 선임수병)


저는 군생활 동안 3번의 해안방어를 나갔는데, 해안방어를 나가면 분,소초 단위로 생활을 하기 때문에
특별히 괴롭히는 선임만 없으면 먹는 것, 생활하는 것 모두가 사단 영내보다는 낫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이어지는 지긋지긋한 훈련이나 작업도 없고,
주, 부식을 초소별로 조달을 하니, 아무래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포항사단 보병들에겐
이 해안방어가 큰 희망이자,낙(樂)이었습니다.

제가 해안방어, 아니 군생활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잊혀지지 않는 한 인물이 있다면
두번째 해안방어 때(75년 늦봄), 부분초장으로 같이 근무를 했던 256기 정도로 기억되는 오** 선임수병인데
그때의 분초장은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저희가 근무했던 **분초는 동해안 육군 위수구역 최남단과 아주 가까웠는데
(해병대 위수구역으로는 최북단 분초임.- 옮긴 이註)
그땐 저도 두번째의 해안방어라, 어느 정도 짬밥이 된 일병 고참이있었습니다.

어느 날, 어스름한 저녁쯤에 부분초장인 오수병님이 같이 순찰을 나가자고 하여 따라 나섰는데
말은 순찰이라고 하였지만, 실은 어디 삼삼한 아가씨 하나 없나해서
비무장, 작업모 차림으로 쭐레쭐레 따라 나선,그런 산보같은 거였습니다.

아무튼 그날의 순찰은 육군지역으로 나갔었는데,분초로 돌아오는 길에 육군 초소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오수병님과 제가 하여간 뭔 얘기를 주고 받으며 거길 지나치려는데
육군 초병 두어명이 나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수하(誰何)를 하였습니다.

수하는 손 들어, 뒤로 돌아, 암구호.... 뭐,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습니까?
육군 초병들도 마찬가지로 오수병님과 저를 향하여 총구를 겨누면서
"손 들어!"그러더라구요.

그런데,그때 오수병님의 대응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들라는 손은 안 들고 "얄마, 나야 나! *분초 부분초장..."하고 무시하며, 가던 길을 그냥 가는데
그러자 그 초병이 다시 "손 들어!"하더군요.
오수병님은 "야, 이 ㅆ새끼들아, 나 *분초 부분초장이라니까!!"라고 일갈을 하면서
계속 그들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저 역시 주춤주춤 따라가기는 했지만,속으로는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육군이나 해병대나 해안초병들은 누구나 실탄이 장전된 총을 들고 근무를 서는데
특히 그땐 이미 일몰 후였기 때문에, 그냥 방아쇠를 당겨버리면 우리는 그야말로 개죽음을 당하는 거고
그들은 근무 잘 섰다고 포상휴가를 가게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우리가 그들의 제지하는 총구에도 전혀 개의치않고 가던 길을 계속 가니까
육군 초병 하나가 앞서 가던 오수병님을 향하여 '콰광'하고 총을 쐈습니다.
그러나 차마 정면으로는 쏘질 못하고, 머리 바로 옆의 허공을 향해 쏘았는데
밤이라서 번쩍하는 불빛이 오수병님 귓볼을 살짝 스치는 게 보였습니다.

이때 용감무쌍한 우리의 오수병님,
갑자기 작업복 상의를 벗어 제끼며,가슴을 확 내밀고
"이 개새끼들, 쏠려면 제대로 여따 대고 쏴 봐!!"하는 고함을 지르며 초병들 앞으로 달려가
오히려 얼이 빠진 듯,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는 육군 초병들의 귀싸대기를
몇 대씩 보기좋게 올려부치고서는 그들이 갖고 있던, 탄창이 장전된 카빈소총을 빼앗아 들고
유유히 우리 분초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육군 분초장등이 찾아와서 사정사정하자, 우리의 오수병님,
"앞으로 애들 교육 똑바로 시키라!"는 요지의 엄한 일장 훈시를 하고 나서 총은 돌려 주었습니다만
실탄은 남겨 두었다가 탄두는 빼서 링에 넣고, 탄피는 총으로 모래밭에 쏘고,
화약은 불놀이 하면서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용감무쌍했던 부산출신의 오수병님,
혹시 이 글 보시면,연락 한번 주십시오. 제가 소주 한잔 사겠습니다.

오수병님을 생각하면 "내 ㅈ 봐라!!"도 생각납니다.
분초 막사가 바닷가 언덕 위에 있었는데, 낮에 가끔 해녀들이 그 분초밑에 와서 물질을 했습니다.

우리의 오수병님,
눈이 시리도록 파란 쪽빛 바다에서 해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물질을 하던 어느 쾌청한 날.
깎아지른 듯한 바닷가 절벽 위에 서서,물질을 하던 해녀들을 향하여
벽력같은 목소리로 "내 ㅈ 봐라!!"하더니, ㅈ대가리를 꺼내어 좌우로 흔들며
바다를 향하여 시원하게 오줌을 내깔겼습니다.

저도 그 옆에 나란히 서서 쉬~는 했습니다.
"내 ㅈ 봐라!"는 못 했지만... -5부 끝-

 

 

출처 : 해병대 인터넷전우회, 박동규선배님 http://www.rokmc.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