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264기 박동규

춥고 배 고프고 졸립던 시절을 회상하며(6)

머린코341(mc341) 2015. 1. 6. 04:46

춥고 배 고프고 졸립던 시절을 회상하며(6)

(해안방어의 재미)


해안방어의 재미는 뭐니 뭐니해도 소주 마시는 재미가 으뜸입니다.
제대 말년인 1976년도 봄에 나간 **분초는 작은 포구를 끼고 있었는데
고깃배들이 들어올 시간 쯤에 가끔 바께스를 들고 포구에 나가
주로 싱싱한 "고디이"(포항지역에서는 고등어를 이렇듯 고디이라고 부름)를 얻어 왔는데
고디이 회맛이 끝내줍니다.
게다가 곁들여 소주 몇 잔 걸치면 그야말로 대낄인데....

그 **분초 주변 바다에는 골뱅이도 많았습니다.
방위병들을 시켜서 지천으로 깔려있는 그 골뱅이를 바께스 가득 주워다가 솥에 넣고 삶아 먹었지요.
그땐 하도 많아서 잘 먹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좀 많이 먹어둘 걸..."하는
아쉬운 생각도 듭니다.

안주 얘기를 하다보니 또 술 생각이 간절해지는데,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술을 참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자주 마시는 건 아니지만, 한번 입에 댔다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과음을 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 마누라로부터 찐바를 많이 먹습니다.

헌데 지금까지 말씀드린 고디이나 골뱅이와는 감히 비교를 허락하지 않는
진짜로 기똥찬 안줏거리가 하나 있었으니, 그게 바로 전복입니다.

아! 전복!!
지금 생각해도 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그 맛이 기가 막혔는데
앞서 말씀드린 오 수병님과 같은 분초에 근무했을 당시, 그 전복을
분초 바로 밑에 정박시켜 놓은 작은 어선에서 우리 분초원들이 긴바이를 해왔는데
껍질을 제거한 싱싱한 속살로만 노란 추라이의 밥칸, 국칸 가득 찰 정도로 퍼 왔습니다.

하여튼 그걸 안주 삼아서 소주를 마셨는데,
그 후, 무려 일주일 동안 "가운데 다리"가 사그러들 줄 모르고 빳빳이 서 있는 바람에
그 놈 달래느라고 아주 혼이 났었습니다.

당시 그 주변 해안에는 양파(다마내기)가 많이 나서
수확한 것들을 밭에다 군데군데 싸 놓았었던 것도 기억이 나는데
통상적으로 부식 등을 긴바이 할 때는 조금 떨어진 곳, 그러니까 타 분초 책임구역엘 가서 해 왔는데
그 전복만큼은 분초 밑에 묶어 둔 배의 밑창을 털어왔던 것으로 기억 됩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한번 전복의 맛을 본 후, 계속 입에서는 땡겼으나
조달이 원활치 않아지자, 나중에는 직접 따서 먹기도 했는데
제가 전복을 따는 노하우를 하나 가르쳐 드릴까요?
전복은 대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바닷속 깊은 곳에서 따오기 때문에
분초 바로 밑이라든가 하는, 얕은 바다에서는 채취를 거의 안 합니다.

그러다보니 재수가 아주 좋은 날에는 바닷가 아주 얕은 곳,
즉 팔만 뻗어도 닿을만한 곳에서도 제법 큰 전복을 발견할 수가 있는데
이 전복이란 놈의 거죽 색깔이 바위와 아주 흡사하지만
유심히 보면 구별이 가능합니다.

조금 고참이 되면, 야간에 후래쉬를 들고 순찰을 나가기도 하는데
순찰 후 분초로 돌아오는 길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있는 곳에서
후래쉬로 비추며 가만히 살펴보면, 바위 색깔과는 조금 다른 손바닥만한 것이 붙어 있는데, 그게 바로 전복.
이 놈들의 생리적 습성 상 주간에는 바위 밑에 납작 숨어 있다가
밤이 되어 바위 옆등으로 살짝 기어 올라온 겁니다.

일단 포착을 했다하면, 이제부터 잘 해야 되는데 우선은 전복 껍질을 잡자마자
옆으로 힘껏 비틀어야 됩니다.
이 전복이란 놈이 빨판의 힘이 아주 좋기 때문에 어설프게 건드려 놓으면 더 착 달라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기에 그런 건데, 그래서 좀 작은 전복의 경우, 껍질은 떨어져 나갔는데도
알맹이만 그대로 바위에 붙어 있는 수도 있습니다. 죽어라 안 떨어지고...

이 전복이란 게, 생긴 것도 그렇고 이렇듯 빨심도 세서 그런지
특히 남자들 몸에 좋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여튼 손바닥만한 전복을 하나 따면, 그 알맹이가 너무 커서 보통 서너토막을 내어 먹었는데
요즘 그렇게 먹으려면 돈 꽤나 들겠지요?

(해병방위도 해병대다)


사단 영내에도 피.엑스 등에 방위병들이 근무를 했지만,
해안방어를 나가면 각 분,소초별로 보통 10여명의 방위병들이 야간에 출근하여
현역들과 함께 매복근무를 나가곤 했는데, 이들은 대개 현역들보다 나이가 많았습니다.
제가 부분초장을 할 때도 보통 서너살씩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계급은 제대하는 날까지 이병, 작대기 하나이니 분초에서는 가장 졸병이라
주로 일병급들이 집합을 시켰습니다.
그 집합의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기합이 빠졌다는 것과 입이 즐겁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하여간 고생이 참 많았습니다.
낮에는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가 밤에만 근무를 나왔기 때문에 육신의 피곤도 피곤이지만
시도 때도 없이 집합 당하랴, 밤 새워 매복근무 나가랴, 현역들 마실 술과 안주 조달하랴...
고달프기가 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얘긴데, 제 생각으로는 같이 근무했던 해병방위병들도 예비역 해병대원으로 받아들일 만한
충분한 자격이있다고 보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감히 제안합니다.
같은 해병대로 인정할 것을. -6부 끝 -

*본문 중의 "가운데 다리"라는 다섯 음절 단어는, 원문에 단 한 음절 단어로 표기된 것을
옮긴 이 "꼴리는대로" 바꿔 표기했음을 밝혀 둡니다.

 

 

출처 : 해병대 인터넷전우회, 박동규선배님 http://www.rokmc.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