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역사/해병대 전통·비화

해외 출전<1편> - 해병 제1공병중대의 활약

머린코341(mc341) 2016. 8. 28. 03:28

해외 출전<1편> - 해병 제1공병중대의 활약

 
  1965년 3월 10일 인천항에서 출국을 했던 제1공병중대는 3월 16일 비둘기부대가 지휘소를 개설한 사이공 북방 22마일 지점의 '디안(DiAn)'지구에 주둔하며 육군공병대와 함께 3번 도로와 19번 도로를 비롯, 약 3키로에 달하는 밀림과 고무나무밭을 뚫고 개척했던 8번 도로 등의 개척을 위해 휴식 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도로, 댐,전재민 구호주택, 병원, 학교 등의 건설을 지원하는 것이 비둘기부대의 기본임무였다.


  그런데 '디엔‘에 주둔하고 있는 동안 해병 제1공병중대는 다음과 같은 일로 해병대의 명성을 떨쳤다. 즉 중대장 박동규 소령은 적의 기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약 2주 간에 걸쳐 약 500미터의 견고한 지하진지를 구축했는데, 4월 2일 밤 그 진지를 기습한 약 1개중대의 적이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격퇴를 당하자 사이공 부에 주둔하는 월남군부대와 월남정부기관에까지 소문이 나 매일 같이 견학하러 오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견학의 대상이 된 그 진지는 맨 앞(진방)에는 원형철조망을 3선으로 가설, 거기에 약 2만개의 빈 맥주캔을 달아서 적이 접근하면 소리를 내게 했고, 2선에는 대인지뢰, 3선과 최후저지선인 철조망 안쪽의 4선에는 유자(幼刺)철조망, 마지막 5선에는 한 길이 넘는 수로를 파고 그 수로에서 사격진지 사이에 약 2만 5천 개의 죽창을 꽃아 놓는 한편 자유롭게 기동할 수 있는 유개교통로도 만들었다. 그리고 사격진지에서 숙소에 이르는 공간을 땅굴로 연결시키는 등 피해를 최대한 예방할 수 있게끔 설계한 것이었으므로 그 후 비둘기부대의 모든 중대도 그와 같은 진지를 구축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해(1965년) 4월 15일 해병공병중대에서는 비둘기부대장(조문환 준장)의 명령에 따라 1개 분대의 병력을 주월 한국대사관으로 파견하여 대사관의 초소근무를 서게 했다. (그와 같은 조처는 4월 1일 현지에서 거행된 비둘기부대 기공식에 참석한 김성은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명령을 받게 된 중대장 박동규 소령은 그 경비병들이 국군의 간판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 소지자 중 신체가 건장하고 용모 단정하고 기합이 든 대원을 엄선하여 약 10일 간 철저한 교육을 시켜 파견함으로써 초소 근무를 서고 있는 그들의 관무태도와 근무교대할 때의 동작 등이 얼마나 절도 있고 기합이 들어 있었던지 2층 창문을 열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신상철(申尙澈) 대사(공군출신)는 "처음으로 진짜 군인들을 보았다"며 감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대사관 앞을 지나치던 월남인이나 사이공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한번씩은 꼭 대사관 앞에 서서 그런 광경을 구경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그 해 10월 1일 비둘기부대 본부에서는 국군의 날을 기념하는 대내 체육대회와 사격대회를 개최했는데 그 대회에서 해병제1공병중대는 40명을 1개 조로 하는 줄다리기 종목에서 12개 육군중대팀을 물리치고 우승하여 가장 값비싸고 비중이 큰 독일제 우승컵을 차지했고, 사격대회에서도 1·2·3위를 차지하여 해병대의 우수성을 과시했다.


  끝으로 남기는 이야기는 디안지구에서 밀림제거작업을 하다가 잡은 콩나(비단구렁이)에 관한 것이다. 길이가 2미터 30센티나 되고 몸통 둘레가 16센티나 되는 그 비단구렁이를 사로잡게 된 공병중대애서는 매우 경사스러운 일로 여기고 그 구렁이에게 닭고기 등 푸짐한 음식을 차려 주었으나 시종 단식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 목숨을 구하기 위해 창경원으로 탁송(선편으로)했으나 그로부터 10여 일 후, 그러니까 창경원 동물원에 수용된 바로 그 날 밤중에 실종이 됨으로써 창경원을 발칵 뒤집히게 했고, 그러한 소식은 곧 전파를 타고 온 세계에 알려졌었다.


  한편 그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는 필시 대단한 권력층의 인사가 정력보강을 위해 잡아 먹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지만 그러한 소식을 전해들은 그 콩나의 고향사람들은 약 150년 간 밀립속에 군림했던 그 신비스런 동물이 횡사를 당할 리가 만무하다면서 언젠가는 반드시 대륙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올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고 한다.


  1966년 3월 말까지 비둘기부대에 배속되어 있던 해병 제1공병중대는 4월 초 그 배속에서 해제되어 4월 하순경 귀국의 길에 올랐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선배님의 저서 '海兵隊의 傳統과 秘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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