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실무생활-18 뭐든 모자란 해병 이병

머린코341(mc341) 2019. 10. 8. 11:01

실무생활-18 뭐든 모자란 해병 이병

 

주둔지에서


우리 중대와 대대본부는 앞서 말한 대로 육군 부대 안에 진지를 잡았고 (50사단으로 기억됨) 알파/브라보/찰리는 부대앞의 개활지에 포진지를 잡았다.


대대단위의 훈련이면 이동식 취사 추레라가 따라 오기 때문에 함구(반합)에다가 직접 해 먹지 않아도 된다.
가끔 TV를 보니 츄라이 위에 비닐을 씌워 먹는 모습을 봤다. 일일이 설거지를 할 번거로움을 줄이겠는데 왜 우리 때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츄라이에 식사를 하고 나면 커다란 식간통(물통)을 몇 개 두고 하나는 거품(주방세제가 아닌 빨래비누로 기억한다) 으로 닦기 하나는 행구기 마지막 식간통엔 마무리!


하는 순으로 여러 번 옮겨가면서 끝을 냈지만 쫄병이 시간을 할애해 꼼꼼하게 닦다가는 존나 군생활 편하다며 바로 뒤통수에 강한 충격이 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다음 식사때는 츄라이에서 약간의 빨래비누 냄새가 났다. 무궁화가 새겨진 아이보리색의 벽돌 빨래비누 말이다.
 
열약한 야전에서의 집단취사는 주계병들도 개고생이지만 각 중대의 식사당번들도 곤혹이다. 주계장서 400명이 넘는 인원의 식사준비와 야전에서의 준비는 차원이 다르다. 각 중대 식사당번들은 매 끼니 마다 주계로 가서 짠밥에 맞는 일을 도왔다.


개쫄들은 커다란 대아를 빙 둘러싸고 앉아서 각자 숫가락 하나를 쥐고 어마어마한 양의 감자를 까야했는데. 이게 어디 요령이 없이 되는 일이 아니다.


깨작깨짝 까고 있으면 똥바가지, 주계삽이 날아온다. **놈들 하루 종일 까고 있다고 말이다.


주계 오장과(취사장 최고참) 아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하리마우의 내무실은 뭐든 이득 보는 것이 있었다. (주로 수송병과나 보급병과의 1종 = 식량)  


시덥잖은 배식 한 국자 더 가 아니라 부식에 나온 소고기나 돼지고기,닭고기를 주계 오장이 몰래 짱박아 두면 그걸 받아가서 구워먹고 삶아먹는데 소고기는 아주 질이 낮은(매우 질김)


등급외의 고기기 때문에 굽는 타이밍을 조금만 놓치게 되면 고무를 씹는 것 같이 질기다. 일단 고참입에서 질기다 소리가 나오면 정말 야무지개 아구창이 돌아갔다.


이때도 개쫄이나 쫄병은 심리적으로 편하다. 그저 시키는 것만 잘 하면 아구창 날아올 일 없으니 적당히 심부름 잘하고 눈치 보다가 고참이 던져주는 소고기, 돼지고기,닭가슴살 한 조각 얻어 입안에 넣으면 눈이 녹아내리듯.. 솜사탕이 녹아내리듯 순식간에 형체가 없이 사라졌다.


그 맛이란.. 절대 잊지 못하는데 휴가를 나오거나 외박을 나와서 이 맛을 재현하기 위해 유명한 소고기집을 찾아다니고 한우 암소 1++를 숯불에 구워도 절대 그 맛을 재현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먹는 곳이 먹는 곳이고 자유가 보장되고 보장되지 아니하고의 차이 있듯 하다.

주둔지 정비가 끝나고 근무조 편성이 나와 확인을 하니 당연 가장 취약시간인 02~04시 순번에 배정이 되었고 같이 근무를 서는 선임은 그리 까다롭지 않았고 (최소한 죽통이나 쭐대를 이유 없이 치지 않을) 석식 전 간만의 망중한을 즐기고 있을 때 땅개 테니스 장을 관리하는 사병이 겁나 크고 무거운 바닥 다짐용 도르래를 둘이서 입에 단내가 나듯 끌면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훈련때도 저 지랄을 하네 점마들(저놈들) 공무원들은 (간부) 훈련때도 테니스 치나?”
“그렇겠지 말입니다”
 
훈련땐 상상도 못할 장면들을 보면서 주계에서 호출이 올 때 까지 그윽히 퍼지는 똥국의 내음을 음미하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 때 갇 상병을 단 선임이 738기 선임과 둘이서 먹으라며 건빵 한 봉지를 던져줬고 거짓말 보태지 않고 수분 만에 둘이서 악기 있게 씹어 먹었다.


허기진 타임이라 건빵 하나도 입안에 들어가면 설탕과 같이 달디 달다. 그리고 군용 마크가 단단히도 박힌 별사탕은 별미중에 별미였다. 주계 추레라에서 본격적으로 김이 나오는 것 보니 준비가 다 된 모양이었다.


중대 식사당번이 우르르 뛰어 가고 배식 준비가 한창이다. 일단 하리마우 츄라이를 챙기고 식사부터 받아서 밥과 메인 반찬(고기류)를 잔뜩 담아 조심해서 전달을 해 드리고 와서 순번을 기다린다.


건빵을 먹었음에도 허기가 몹시진다. 오늘은 정말 찌꺼기 고기말고 제대로 된  고기 한번 먹어 봤으면 좋겠다라는 욕구가 강하다. 중대에 있을 때와 밖에 있을 때는 맛이 확연히 다르다.


선임들이 담아가는 빨갛게 잘 양념이 된 제육볶음과 계란찜이 그리 맛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밥 위에 국물이라도 악기있게 올려주면 쓱싹쓱싹 비벼 먹으면 꿀맛인데 말이다.


드디어 고참들 순으로 배식이 다 빠지고 앞에 몇몇 고참밖에 없다.


츄라이를 기울이면서 보니 식간통에 아직 제육볶음 고기가 듬성듬성 있는 듯 했다. 배식을 최대한 용의하도록 한껏 기울여 주니
 
“배 많이 고프제?”
“악”
“고기 밥에다 올려 줄 테니 비벼 묵어라”
“악! 감사히 먹겠습니다”
 
참으로 인자한 주계병이다.  738기 선임 츄라이와 내 츄라이에는 밥이 고봉밥이다. 내무실 하리마우가 ‘너거 정말 그걸 다 먹을 수 있냐?’ 라는 듯이 바라보았다.


나란히 둘이 앉아 고기반 야채반 양념도 반 인 제육을 밥위에 올려놓고 비벼서 입에 넣으니 예상대로 꿀맛이다. 거무스름한 계란찜은 거의 동이 났기 때문에 작은 두조각이 전부였지만 적당히 익은 깍두기와 똥국을 곁드려 먹으니 산해 진미가 두렵지 않다.


쫄병이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수는 없다. 738선임과 둘이서 눈인사를 주고 받으며 쓸어 담을 듯이 먹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급하게 먹어도 체하거나 하지 않는다.


짬밥이라는게 배가 부른 듯 해도 먹고 돌아서면 다시 배가 고파오는 것이다.


내무실 하리마우만 본인이 식기 세척을 하지 않고 나머지 내무실 인원들은 모두 각자 식기세척을 한다. 이 전통은 600자말의 어느 인자한 선임이 중대 정권을 잡자 인계사항으로 각 내무실 하리마우를 제외한 전원은 자기가 사용한 츄라이는 직접 닦아라 라는 전통을 만들었다. 세탁도 그렇다. 쫄병이 선임들 옷을 세탁해 주던 전통도 바로 잡았다.


얼마전 외출을 다녀온 하리마우가 술이 떡이 되서 실잠바에 오바이트를 하는 바람에 그 겨울밤에 중대 화장실 독고다이 옆에 앉아 실잠바에 가득 묻은 작고 큰 토사물들을 닦아내고 꽁꽁 언 손을 녹이면서 세탁을 한번 했을 뿐 선임의 복장을 대신해서 세탁을 하거나 내 전투복을 누구에게 맡겨본 적이 없다.


물론 그 전통은 쭉 이어져왔고 내가 중대 하리마우가 되어서도 여전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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