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실무생활-16 전투검열

머린코341(mc341) 2019. 10. 8. 10:54

실무생활-16 
 
전투검열


짝대기 하나의 가벼움이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냐만 개쫄이라서 누리는 특혜도 많다. 먹는 것은 항상 최우선이었으며 줄빠따 치는 날이면 바닥은 항상 열외였다. (대가리 박고 있는 게 더 곤혹스러울때가 있다)


어리버리 해도 '잘 모르니까 그런다' 라는 너그러운 용서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한달만 있으면 짝대기 하나의 신분을 벗어나게 된다. 이제 사단에서 이병중에 가장 높은 호봉이 되었다.


739기와 740기는 지원동기이나 생년을 따져 74년 생은 739기 홀수 기수로 되었고 75,76년생은 짝수기수로 740기가 되었다. 타 대대라도 이병이면 무조건 반말을 해도 기수빨로는 절대 후달리지 않았다.


그러다 이제 곧 일병을 달게 되면 '몰라서 그런다' 라는 것은 통하지 않았고 줄빠따에서 열외도 없다. 중대 어리버리 이병들을 관리해야 하고 알면서도 내는 찐빠는 죽음이다.  계급이 올라가면서 분명히 누리는 것도 있으나 책임은 가중이 된다.


그래도 그 빈약한 이병계급장에서 하나를 더 얹은 일병 계급장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전에 없던 자신감도 생기며 자세도 난다.


호국훈련으로 기억이 난다 (일기장에 훈련 이름이 정확히 기록이 되어 있지 않다)  야외 종합전술 훈련인데 사단 전체가 움직이는 대규모 훈련이기 때문에 사단 연병장까지 이동해서 전투종합검열을 받게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전에 중대검열,대대검열이 진행되는데 이때 개인 장구와 공용장비는 FM으로 모두 갖춰져 있어야 하며 숫자가 비더라도 무조건 맞춰놔야 한다.


포병연대 전체가 하루 날짜를 잡아서 검열을 받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구류가 모자라면 짠빱이 있는 고참들은 타 대대로 찾아가 빌려서 와서 숫자를 맞춰주곤 했다.


물론 한창 일을 해야 하는 일말,상말들은 부족한 장비의 *10배 만큼의 쭐때와 죽통을 맞아야 하지만 검열에서 문제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숫자는 고참들이 알아서 맞춰주는 수완을 부렸다.


이 시기에는 세탁물에 대한 주의도 기울여야 하는데 빨래줄에 널려 있는 고참의 실잠바가 없어지는 사건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중대 외부에 널어 놓은 빨랫감을 지키는 일도 있었다. 


한번은 타 대대 개쫄이 살며시 고참들 실잠바 몇개를 긴빠이 하다가 걸려서 기어갈 정도로 두들겨 맞고 쌍코피가 터져 주져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너무나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놈도 긴빠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이었고 세탁물을 지키는 선임도 한벌이라도 분실하면 안되기 때문에 서로가 피 터지게 그 순간에 집중했을 것이다.


지금도 중대 소나무 밭에 앉아서 양 볼에 코피 자욱이 가 있는 쫄병을 잊지 못하겠다. 두 눈엔 눈물이 가득했는데 쫄병이라 울지는 못하고 피가 굳은 볼따귀를 닦지도 못하고 그냥 앉아만 있었지만 나도 쫄병이라 도와주고 뭘 해주고 할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그놈도 시간이 지나서 고참이 되고 말년이 되고 하리마우가 되어 무사 전역을 하지 않았을까? 단지 그 날을 제수가 없었던 날이었을 뿐이다.


중대,대대검열을 마치고 사단 검열이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인계사항이 정신없이 내려온다. 일말 선임들이 도열해 있는 사이사이를 지나가면서


"오늘 씨바 찐빠 내면 다 죽는다 알겠어? 오줌 다 누고 왔어? 사단 올라가서 오줌 마려우면 그냥 싸서 말려.
 똥 마려우면 그냥 싸라 알겠어?
"악"


협박반 당부반으로 경고를 준다.   드디어 사단 연병장으로 이동이 개시되었다.  포는 포차에 매달려 벌써 사단연병장으로 이동을 하였고 포병 외 지원 병력들은 완전군장을 한 채 도보로 이동을 한다.


이동 중에 오와 열이 흐트러지지 않게 반장들의 구령과 호각소리는 계속 되었고 구령과 군가가 내려지면 고참들의 '목소리 보자' 라는 고함소리는 긴장을 더 하기에 충분했다.


개쫄과 쫄병들은 목이 터져라 구령과 군가를 부른다.  타 대대와 비교해서도 절대 소리가 작아선 안되고 장비를 다루는 대대 특성상 기합과 곤조는 보병대대를 능가할 정도로 군기가 빡씨다.


그 때는 얼굴도 위장크림을 이용해 완전한 안면위장을 하게 되는데 위장크림의 보급이 충분치 못하니 개쫄들은 신문지를 태운 재를 얼굴에 바른다. 이게 꽤 성능이 좋아 얼굴 전체가 완전히 검게 되고 눈동자와 이빨만 하얗게 드러난다.


타 중대의 개쫄 누구는 태운 신문지로 안면위장한 것이 연대장의 눈에 띄어  FM 이라며 포상휴가를 갔다고 하고...


그렇게 한참을 이동하여 사단 연병장에 도착하니 포 11대대의 155M 견인포를 비롯하여 105M 똥포, K1전차,상륙장갑차,포차,기동차의 장비가 모두 도열되어 있고 사단내의 병력들이 집결하여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다.


지휘관의 구령으로 여러번 연습을 하고 오와 열을 맞추고 그렇게 한시간 가량 대기를 하다가 사단장이 나타나기 전 마지막으로 오줌이 마려운 놈들은 대열을 이탈하여 신속하게 해결을 하고 오라는 구령이 떨어졌고 요기가 많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짧으면 한시간 길면 한 시간 이상 오롯히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방광을 비워야 했다.


열중쉬어를 하고 있는 순간 지휘자의 차렷 구령이 떨어진걸 보니 사단장의 입장이 임박했나 보다.  구령자의 구령에 맞춰 완전군장을 한 채 사단장님께 대하여 받들어 총.  경례를 진행하고 군악대의 빵빠래. 훈시 순으로 진행이 되었다. 약 20~30분간의 훈시가 끝나고 사단장이 각 연대장을 대동하고 도열되고 진열된 장비를 보고 이것저것 지시를 하고 각 대대 앞줄을 순시하게 된다.


개쫄들은 뒷 쪽으로 도열되어 있기 때문에 사단장이나 연대장의 질문을 받는 일이야 없지만 혹시나 모를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요령등은 충분한 사전 교육을 통해 숙지를 하였다.


예를 들어 사단장이

"너 집은 어디냐?"

하고 물으면

"이병 김동훈! 네! 저의 집은 경상북도 영양군 영양읍.. 서부2동 000번지 입니다"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답변을 해야 한다.  고참들에게 말하는 것 처럼 '경북 영양' 입니다 라고 하는 순간 바로 "찐빠" 가 나는 것이다.


멀치감치서 보니 다행이도 사단장은 우리 연대와 대대를 지나쳐 다른 연대로 이동을 하는 것이 보였다. 멀리서 보더라도 투스타는 다리가 후들거리게 하는 포스르 가졌다.


그렇게 두 시간쯤 지난 다음 지휘자의 구령으로 다시 경례를 하고 군악대의 빵빠레가 터지고 하더니 검열이 끝났다.  포병 연대에는 포 11대대가 사단장의 주목을 받고 장비등에 대한 이것저것을 검열 받았고 나머지 2,3,7 대대는 큰 점검없이 기합 바짝 든 대대장과 공무원들(간부들)의 경례와 간단한 질의만으로 끝났다고 한다.


약간은 느슨해진 마음으로 다시 오와 열을 맞춰 각 제대가 차례대로 사단 연병장을 빠져나와 부대로 복귀를 하는데 하이바를 쓴 머리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못차리고 휘청하였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732기 이진* 해병이 험상궂게 나를 쳐다보더니

 

"어.. 가로지기 아냐.. 미안하다 니가 아닌데..."


라고 한다.  검열 때 개쫄하나가  계속 움직여서 열이 받아 개머리판으로 하이바를 돌려쳐 했는데 엉뚱하게도 내가 맞아 버린 것이다.


주먹으로 맞는 하이바의 충격과는 확실히 달랐다. 개머리판으로 돌려쳐를 해버리니 하이바 안의 내피가 빠질 정도로 충격이 심했고

정신이 아찔 했다. 


그래도 미안하다 까지 하니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성질이 나지만 꼰티를 부렸다간 개머리판으로 돌려쳐 보다 몇배는 가중될 구타를 맛보기 때문에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하고 말았지만 다시는 개머리판으로 맞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확실한 구타였음이 분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