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실무생활-15 A의 탈영

머린코341(mc341) 2019. 10. 8. 10:52

실무생활-15


A의 탈영


포항에도 언제 그리 더웠냐는 듯 본격적인 겨울추위가 몰려왔다.

동계를 대비해 부대안은 여러가지 정비를 하게 되는데 그정비중에 하나인 모포세척작업이 사단에서 이뤄진다. 

비교적 힘이 덜 드는 꿀빠는 작업이라는 정보를 들은 난, 어떻게든 작업에 참여했음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운이 좋게도 선임의 지시로 각 중대에서 걷어 들인 모포와 함께 포차로 사단 상지단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주말이면 내무실의  모포를 들고 병사 옥상으로가 둘이 잡고 털기만 해도 엄청난 양의 먼지가 솟구쳐 오른다. 그 먼지를 보고 있으면 저걸 덥고 자도 죽지 않는게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엄청나게 먼지를 품고 있다.

모포의 세척은 대형 통돌이 같은 세탁기계가 하므로 들은바와 같이 육체적 노동이 강하지 않다. 선임들도 좀 쉬라며 느슨하게 풀어준다. 사단내의 각 대대도 모두 올라오기 때문에 거기서 7연대에 근무하는 동기를 만날 수가 있었다.  

서로 눈인사를 하며 눈치를 보고 있으니 동기 선임이 우리를 봤는지. 개쫄들도 숨좀 쉬어야 하지 않겠냐며 담배 한대 빨면서 동기와의 우정을 쌓으라며 자리를 피해 주신다. 

게다가 우리 선임은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모를 건빵 한 봉다리와 맛스타 두캔을 주면서 동기하고 같이 이거나 쳐먹으며 찌그러져 있어라 한다. 알겠지만 건빵과 맛스타는 간식으로 최고였다.  건빵을 주계 무쇠 기름솥에 튀겨서 설탕을 발라 오는 날이면 가히 최고였다.!!

동기와 히죽히죽 웃으면서 니 건빵 하나 내 건빵 하나 하며 돈톡한 정을 쌓고 있는데 자기와 같이 근무하던 A라는 동기놈의 탈영 소식을 흥미진진하게 알려줬다.

"A 알제?"
"어.. 금마 훈단 때 우리 소대 맞은편이라 내 알지.. "
"금마 탈영해가 난리 났다 아이가.ㅎㅎㅎ"
"탈영? 미친놈이네. 여기서 빨깐줄 그으면 병신인데"


A에겐 오랫동안 만나온 여친이 있었다고 한다.

해병대에 자원 입대 한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자기가 군대 가면 난 목을 맬 것' 이라며 극구 반대할 만큼의 대단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여친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건 불과 몇개월을 못 버티고 였다.

A가 훈단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하고 엄청난 편지와 소포로 인해 그놈이 속한 중대 전체가 덕을 봤을 정도로 그 정성이 대단했는데 백일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여 뺑이 치고 있을 때  여친은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해왔고 이별의 원인은 미상이었으나 예쁜 꽃에 벌이 꼬이고 먹음직한 음식에 파리가 일 듯...  매일 붙어 다니던 남자가 없으니 여기 저기에서 찝쩍거림이 시작 되었고 그 찝쩍 대던 놈 중 한놈에게 홀리당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 

여자나 남자나 있다가 없으면 굉장히 허전하고 그립고 뭐뭐.. 다 그런데..  연말 분위기게 들떠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그렇고 그런 놈을 만났고 하룻밤 자빠졌는지 아니 자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잊고 지내던 몸의 맛을 느끼게 되니 순식간에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찾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본다.

A 가 없어진 걸 알게 된 것은 점심식사 시간에 있어야 할 놈이 보이지 않아고 마지막으로 작업을 같이 하던 선임도 당일 10시 반까지 그놈의 행적을 확인했으나 그 후론 보지 못했다 진술하면서 일단 사고에 대비해  대대내의 취약지구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창고란 모든 창고 하수도, 옥상, 병사의 후미진 곳. 그렇게 오후 반나절을 대대 총원이 동원되어 뒤져도 찾지 못하자 탈영으로 간주를 하고 본가 등에 연락을 취했으나 탈영한 놈이 집에 와서 '엄마 밥줘' 할리 만무하고 종적이 묘연했다.

A의 중대장은 인사기록카드에 적혀 있는 애인과 어렵사니 연락이 닿았고 A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고 오늘 밤 어디어디에서 몇시에 만나기로 하였다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포항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 대대주임원사와 함께 내달렸다고 한다.

드디어 A가 애인을 만나기로 한 시간과 장소에서 A를 발견하고 덮쳤다. A는 갑작스레 나타난 중대장과 대대주임원사의 등장에 당황하고 놀랐으나 이내 차분한 목소리로 처벌을 달게 받을 테니 여친과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요구하여 중대장과 대대주임원사는 한발치 물러나서 둘의 모습을 관망하고 있었다고 한다.

A는 이미 등을 돌린 애인에게 대체 무슨 일로 이러느냐... 서 부터 여러가지 얘기를 했는데 한참이나 듣고 있던 애인의 입에서


'너와는 이제 끝이다. 구질거리지 마라. 영화찍냐?'

라는 얘기가 터져나왔고 그 얘기를 들은 주임원사가 격노하여 A의 애인에게 가서

"야이 *발년아... 니* 때문에 이 새끼는 인생 조진거 아냐? 이런 존만한 *이"


하고 쌍욕을 날렸는데 자기의 애인에게 개썅욕을 날리는 주임원사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A가 갑작스레 노구의 주임원사의 죽통을 날렸고 이 광경을 본 중대장이 꼭지가 돌아 A에게 엄청난 구타를 시행하였으며 바닥에 나자빠진 A를 밟으며


"넌 상관 폭행죄까지 추가다. 이 개**야. "

하며 질질 끌고 내려와 차량에 태우고 부대로 복귀했다고 한다.

중대로 끌려온 A는 작은 세면백을 소지한 채로 한 동안 자취를 감췄으며 보름이 지난 후 눈이 퀭하게 되어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대대장이 헌병대장과 절친한 동기라서 사건이 크게 확대되지 않고 무마되었다는 설과  여러가지 낭설이 있다지만 A가 입을 다물어 버리는 바람에 그 사건은 대대에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조용이 뭍혀 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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