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실무생활-19 대항군

머린코341(mc341) 2019. 10. 8. 11:06

실무생활-19  대항군


각 내무실 별로 석식을 마치고 잠깐의 개인신변정리를 끝낸 다음 주둔지 방어에 들어갈 야간경계조에 대한 기본 교육이 있었다.


**시 이후로 주둔지 외곽을 배회하는 세력은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여 대응하고 기지내 잡입을 시도하는 적은 가차없이 생포하라는 교육이 기본 골자였다.


그리고 생포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불상사는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되 해병대 다운 강한 면모를 잊지 말라는 주문이었는데 해병대 다운 강한 면모는 생포과정에서 약간의 저항만 하더라도 무자비하게 응징을 하란 얘기로 들려왔다.


근무표를 보니 나는 어김없이 가장 취약한 시간대인 02~04시. 야음을 틈타 주둔지 접수를 노리는 대항군이 가장 활발히 활동할 시간이며 제일 졸리운 시간이기도 하고 제일 추울 시간이기도 했다.


같이 경계근무에 들어가는 선임은 상말 선임으로 (상별 최고참) 말이 좀 많긴 하지만 구타를 시행하지 않은 선임이라 그나마 마음에 놓였다. 쫄병은 음주가무... 아.. 음주는 적당히.. 에도 능해야 하지만 선임을 가장 즐겁게 해 줄 것은 "이빨" 이었다.


그 중에도 단연 으뜸인 것은 "여자친구" 와의 그렇고 그런 밤. 이었고. 거기에 대한 이빨을 까라면 책을 쓸 정도로 풍부한 레파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항상 자신이 있었다.


그 여친과는 나중에 헤어졌지만 그녀에게 미안할 만큼의 민망한 이야기가 2시간 동안 선임의 머릿속에서 재생이 가능한 수준까지의 상세한 설명은 중대내에서 1등 아니면 서러울 정도로 자신이 있었다.


오늘 박00 해병 과는 지난 번에 끝내지 못한 "뒷골목 폭행 사건" 부터 시작하여 극적인 화해를 이룬 "자취방이야기2" 탄을 시연할 작정이다.  선임 해병의 기대에 찬 눈빛에 실망을 안기지 않아야 하는 것도 해병이병의 필수요건중에 하나다.


대항군에 대한 정보는 우리 해병특수수색대 부대원과 육군 5** 특공연대 대원이라는 썰이 있었으나 정확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으며 취약시간대의 근무조는 특별히 중대장이 직접 순찰을 할 것이고 진지나 매복지에서 쳐자다가 걸리면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밤새 특별 교육을 받게 될 것 이라는 어마무시한  경고에 선임들도 긴장을 하는 분위기다.


01시30분에 경계지 투입을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상을 하였고 선임 해병님을 나즈막히 불러 깨운 다음, 서둘러 근무지로 이동을 하였다.  2시간동안 경계를 해야 할 곳은 포 진지가 관찰되는 개활지 언덕이었으며 A,B,C 중대의 포진지 방어 현황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땅이 모래제?  사부작~사부작 오면 씨바 알리가 있나..."
'악!'
"똑봐라 봐라이. 반드시 온다"
'악!'


준비한 "뒷골목 폭행 사건"과 질퍽한 "자취방이야기2" 는 선임의 거절로 시연되지 않을 만큼 나름 긴장을 하며 경계에 돌입하였다.


기지가 뚫리거나 대대지휘소에 빨간 딱지가 붙으면 중대장/대대장님의 질책보다 더 무서운 선임들의 무자비한 구타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유일하게 대항군이 출몰하는 훈련만큼은 FM 대로다.


그나마 우리특수수색대 대원이면 덜하지만 대항군이 타군에다 대대지휘소가 접수되는 날은 아에 목을 매어 버리는게 고통이 덜하지 싶다.. 고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있어도..있을수도 없는 일이지만 만에 하나 그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면  아마  대대 전체가 곡소리로 뒤 덮을 것이고 선임들은 영창을 각오하면서 "줄빠따" 와 "죽통" "쭐대치기" 가 난무할 것도 명심해야 할 사안이다. 


참고로 우리 대대는 창설이래 단 한번도 타군의 대항군에게 털린적이 없는 전통있는 대대라 했다.


근무 투입 약 30분이 흘렀을까. A 중대 근처에서 밤하늘의 적막을 가르듯 날카로운 공포탄  서너발이 요란스럽게 발사되었고 이내 고함소리가 나더니 병력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이 포착되었다.


"왔다..왔다...씨바"


씨바~씨바...를 낮게 중얼거리던 선임은 무장공비라도 때려 잡을 기세의 용감한 해병으로 변신해 있었다.


K2 소총의 조종관을 단발로 변경하고 적이 대대본부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서 기어올라 오거나 추가로 적이 침투할 것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이 금방이라도 끊어져 버릴 것 같은 긴장감이 지속되었다.  이십여분이 지나도 지나도 추가적인 대응없이 다시 먼발치에서 들리는 파도소리만 들려왔다.


"씨*놈이 오다가 딴데로 샜나?"
"그런것 같습니다"
"그래도 단디 봐라이... 여기로 뚫리면 니캉 내캉 알제? 우째 되는지?"


A중대에 그 소란이 있었으나 다행히 타 중대와 대대본부의 경계 병력에게는 추가적인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대대본부쪽으로 왔다면 다른 근무지에서 바로 대응을 하면서 요란하게 공포탄이 울렸을 것인데 여기도 타 중대도 침묵만이 흘렀다.


그렇게 두시간이 지나고 다음 근무조에게 근무지를 인수인계 하고 각 근무지에서 교대하고 나온 선임들을 맞이한 후 중대GP로 복귀하였다.


세무워커를 벗고 다시 침낭안에 기어 들어갔으나 어찌나 추운지 몸이 덜덜 떨린다.


눈을 감고 억지로 잠에 빠지려고 용을 쓰니 좀전의 소동이 생생하게 재연된다. 


그 캄캄한 밤에 울린 공포탄 서너발의 소리가 저그와의 전투를 앞 둔 마린의 아드레날린 수치가 급상승하여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듯.. 가슴 깊은 곳에서 묘한 쾌감이 몰려 온다.


이 정신이면 정말 전쟁이 나도 단 한발의 총알로 적의 가슴에 정확한 Fury를 날릴 수 있으리라.


쫄병만 아니면 훈련도 해병대도 할만하다!


내 체질에 딱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