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실무생활-28 감금

머린코341(mc341) 2019. 10. 9. 13:20

실무생활-28  감금


정신없이 세월은 간다.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군생활 중에 참으로 명언이라 생각하는 것이
"시간을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 이다.


이 처럼 공감되는 명언이 없다. 

물론 개쫄의 생활이야 이병에서 일병으로짝대기 하나 얹었다 해서 표나게 나아지는 것은 없지만 밑으로 후임도 들어오고 이제 중대 돌아가는 것도 눈치껏 알고 나니 짠대기리만 늘더라.


그러다가 몇번이나 호되게 당하긴 했지만 말이다.


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던 어느날.


내무실 선임이 부른다 하여 중대 창고로 뛰어가보니 밖에서 문을 잠그고 중식 시간에 문을 열라고 한다.


그 의도는 선임병의 짱박힘이다. 큰 과업이 없는 이상 중대창고 개방은 그리 잦지 않고 공무원(간부)들이 와서 문을 따 보지도 않으니 그 만큼 짱박히기 좋은 장소도 드문것이다.


선임의 지시를 받아 밖으로 나와 창고 문을 잠그고 자물쇠도 단단히 채웠다.


그리고 또 작업이다 과업이다 정신없이 불려 다녔고 간간이 쭐대도 맞고 후임들 몇몇을 불러 구석진데서 노가리도 까고 하다 보니 배고픔과 함께 중식 시간이 다가왔다.


바로 그때 선임이 지시한데로 중대 창고 문을 땄어야 하는데 그걸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중식 시간이 되기 전에 내무실 별로 모든 인원이 각자의 내무실에서 대기하다가 당직하사의 구령이 있으면 주계로 이동을 하게 된다.


그 날은 몇몇의 선임이 사단에 작업이 있어 불려간 터라 내무실 총원이 비어도 신경쓰지 않고 약간은 여유로운 자세로 대기를 하다 주계로 가서 악기있게 중식을 하고 다시 내무실로 돌아왔다.


누구나 창고에 감금된 선임을 찾지 않았으며 으레 사단에서 짱박혀 있거나 어디에 있는 줄로만 알았지 아무도 찾질 않으니 마치 없는 존재처럼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오후 과업시간이 되고 호기롭게 담배도 숨어서 피우고 하다가 주머니 안을 뒤졌는데 그때 중대창고의 열쇠가 손에 잡히는 것이었다.


'으악~~~~~~~~~~~~~~~~~~~~


내가 뭔짓을.. 내가 뭔짓을...'


본의 아니게 내무실 서열 3위의 선임을 중대창고에 감금시켜 버린 것이다.


정신없이 창고로 뛰어가 시건창치를 풀고 창고문을 여니 선임이 야침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한마디


"가서 니 위로 내 밑으로 다 데리고 와"

'아 조옷됐다.. 조옷됐다.'


선임들을 찾아다니며 낮게 인계사항을 전달했다.


"000 해병님께서 중대창고로 집합하시랍니다."
"왜?"
"그게...저...그러니까..."
"야 이 00넘아 왜? 뭐냐고?"
"악! 000해병님께서 문을 잠궜다가 중식 시간때 열어달라고 했는데 제가 깜빡했습니다.!!"
"뭐?...니 뭐라노? 지금... 000해볌을 가뒀다 말이가?"
"악!"
"야이 00넘아 이 개00야..!"


순간 선임의 주먹이 쭐대를 쳤다.


"켁...케케켁..."


선임은 달려라 사자같이 ㅎㅎ 중대 창고로 냅다 뛰었고 나도 숨이 막히는 고통속에서 혼신을 다해 뛰었다.


중대 창고로 들어서는 순간 내 위 선임 넘버 5,6,7,8은 도착해있었고 나와 동시에 넘버4 선임이 창고안으로 뛰어 들었다.


"문 잠가라"


선임이 돌아서 문을 잠그는 순간.... 뭔가 육중한 것이 하늘을 붕~ 가르는 순간 넘버4는 뒤로 발라당 자빠졌다.


그리고 무지막지한 워커세례. 넘버3 선임은 넘버4 선임의  얼굴을 제외한 나머지 신체 곳곳에 정확하게 워커발을 작렬시켰다.


이윽고 이어지는 넘버4선임의 신음.


그리고 가슴을 움켜쥐며 뒤로 내 밀리는 넘버5,


나는 이 순간에 정신을 놓을 뻔 했다. 모두 내 잘못이다. 내가 잘못해서 아무 죄 없는 선임들이 이렇게 무지막지 하게 당하는 것이다.


처분을 기다리는 그 찰나의 순간에 짧은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감을 느끼며 질끈 감았던 눈을 떠보니 넘버4,5 선임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6,7,8 선임은 사시 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넘버3 선임은 아무말 없이 문을 따고 창고밖으로 나가셨다.  잠시 후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흐르고 몸을 일으킨 넘버 4,5 선임은 전투복에 뭍은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혀를 깨물고서라도 자결을 하는구나. 아 씨바.. 좆됐는데 그냥 혀라고 깨물어 버릴까?


 아니... 그냥 기절한척을 해 버릴까.. 고참의 주먹이나 발이 날아오면 그냥 엎어져 기절해 버릴끼?'


하는 생각뿐이다.


"야 담배하나 가온나"


내가 머뭇거리는 순간 8선임이 뛰쳐나가 담배와 라이터로 불을 부쳐드렸다.


4선임은 창고 내 물자에 앉아 길게 연기를 뿜으며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그게 바로 나를 어떻게 죽여버릴까? 하는 고심을 하는 듯 했다.


"씨바 내가 군생활 오래 하다 보이 이런 개조옷같은 일도 있네..어... 야 이 씨바라 김동후이"
-악!
"니를 우야면 좋겠노. 죽일까? 어? 묻을까? 어?"
"-악!"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비벼끈 4선임은 "비켜라 씨0넘들아" 하면서 창고문을 냅다 차고 나가셨다.


5선임이 뭔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더니 곡갱이의 자루 일명 5파운드! 해병대의 역사가 만들어 지는 5파운드.


곡갱이와 도끼의 자루로 쓰는 거 각목은 정확히 5파운드의 무게가 나간다 하여 명명된 5파운드!


저기에 맞으면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의 충격이 온다는 해병대 전설의 5파운드.


넘버 5 선임은 8선임에게 나가서 망을 보라고 한다. 공무원(간부)들이 지나가면 창고 문을 열고 들어오라 전달했다.


"엎어"


6,7 선임과 나는 주먹을 쥐고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허공을 가르는 5파운드의 소리와 이윽고 이어지는 참으로 찰진 타격음!


몇 대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렇게 5파운드가 붕붕~ 허공을 갈랐고 6,7 선임이 후다닥 기상을 하며 쪼그려 뛰기 같은 희안한 자세를 취할 때 쯤 나의 차례가 왔다.


"야 나가서 8 들어오라 하고 니는 망봐"
"악"


8 선임이 들어가고 또 몇번의 붕붕 소리와 타격음이 들리고 난 뒤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나는 온몸이 타 들어가는 갈증을 느꼈고 맞지도 않은 엉덩이는 들썩 거리도록 따가웠으며 심장 박동은 정점을 디해 치닫고 있었다.


'내가 잘못했으니 악기 있게 맞자. 씨바.. 악기 있게 맞자'


하고 다짐을 한 순간 6,7,8 선임이 창고 밖으로 나왔고 나 보고 들어가란 신호를 주고 병사쪽으로 사라졌다.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5파운드를 잡은 5 선임이 나를 보며 싱긋이 웃는다...


'왜 씨바. 웃고 그러세요.. 선임님.. 죽일꺼면 지금 죽이세요.'
하고 속으로 절규를 하고 있는데 선임의 일장 연설이 늘어진다.


내가 니를 때리면 쪽팔리고 니는 니 잘 못 알았으면 알아서 감사하게 맞으면 되고.. 꼰티 내지 말고 선임들이 때리면 쳐 맞아라. 그리고 군 생활 꼬여서 닐리리 합빠빠로 살고 싶으면 계속 이런 찐바 내서 너거 선임들 줄빠따 치게 해라..


등등의 일장 연설을 하시고 5파운드를 던지며 나가신다.


석식 시간에 내무실 하리마오 선임은 넘버3 선임에게 어디 있었냐? 라고 물었고 넘버3 선임은 사단 작업원 갔다가 거기서 밥먹고 늦게 복귀했다고 둘러댔다.


창고에 짱박혔다가 김동후이가 문 안열러줘서 감금되었다 풀려났습니다. 라는 말을 하면 그 역시도 넘버2에게 죽통이나 쭐대를 맞아야 하기에 그냥 대충 둘러댄 모양이었다.


석식은 어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밥은 알갱이 알갱이 하나하나로 입안을 맴 돌았으며 반찬들은 썼다.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내무실로 돌아와 순검청소를 진행하기 위해 선임들 워커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데 6,7,8 선임은 암 말고 않고 각자 자기일에 바쁘다.


'때릴꺼면 때리던가 아니면 욕을 하던가 아니면 뭐라고 말을 해야지.. 이렇게 없는 사람 취급하니 진짜 죽겠네 씨방...'


순검을 마치고 넘버3 선임은 1,2 선임이 없는 틈을 타 관물대에서 안티프라민을 던졌다. 알아서 쳐 바르란 얘기다.


갑자기 일정에도 없는 위생순검이라도 하는 날에는 선임들 엉덩이며 허벅지에 난 5파운드의 보랏빛 피멍의 흔적이 고스란이 들어나기 때문에 얼른 붓기를 가라앉히고 피멍을 빼라는 얘기다.


사건은 오후 3시경에 발생했는데 아직까지 누구도 나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나 안맞는가?' 하는 이런 얄팍한 생각을 하면서 가슴위에 손을 얹고 잠에 들었다. 

...


머리가 쿵쿵 울리는 충격에 벌떡 일어났다.


그 충격은 선임이 워커발로 내 머리를 걷어 차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 위에 모래가 떨어짐을 느끼는 찰나 조용하게 속삭였다.


"따라와 이 씨0넘아"
"아...아악!"


어떻게 되었냐고?


운동 할 때도 이렇게 맞아보긴 처음이고 이병때도 이렇게 맞아보긴 첨이었다. 


눈을 감고 수도 없이 별을 보았으며 아구창에 의해 입안이 비릿해 지는 맛도 보았고...  여튼 머리 털 나고 나서 그렇게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려 맞은 적도 처음이었다. 


다행히 요령껏 잘 때리는 선임들이었고 긴장을 잔뜩 한 상태에서 얻어 터진거라 휴유증은 없었으며 그렇게 한참 동안 밟히고 나서 다독거리는 (정말 올바른 선임은 신나게 타작을 하다가도 끝이 나면 동네 형 처럼 선배처럼 왜 때렸고 니가 왜 맞았는지에 대해 나름 논리를 가지고 설명을 해 준다. 그러면 억울하기 보다는 낮에 찰지게 맞았던 선임의 엉덩이와 허벅지에게 미안하게 된다. 모든 원인은 나였으니 말이다.) 선임 옆에 앉아서 담배 한 대 피며 밤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 고향집이 생각이 나고 부모님이 생각이 나고 친구가 생각이 나고 지은이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다짐했다.


앞으로 이런 얼뜨기 같은 정신으로 해병 생활을 하지 않으리라. 

*지금의 해병대는 이런 거 없습니다. 1995년도의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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