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혹한의 밤 5

머린코341(mc341) 2019. 10. 11. 21:36

혹한의 밤 5


잠결에 방광이 터질 듯한 요의를 참을 수 없어 침낭 밖으로 기어 나왔다가 심정지가 올 뻔한 경험을 하고 순식간에 내지르고 싶었지만 한참이나 참았던 덕에 오줌발이 끊어질 줄 몰라 또 심정지가 올뻔 했다.


다시금 침낭에 들아와서 개떨듯 좀 떨다 보니 체온이 조금 회복되었고 그제서야 잠이 몰려왔다. 어차피 오랜 잠을 잘 수도 없는 시간이고 없는 계급이라..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안락한 자세를 잡아 숙면을 취해야 하는 것도 하나의 과업이었다.


달코롬했던 취침 시간은 중대기상 15분전으로 저 멀리 쫒겨갔고 왜 이리 추운지 당췌 알 수 없는 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재빠르게 해병일병의 훈련지 자세로 돌아왔다.


훈련지에서는 인원 파악이 최우선이다.  탈영 한 얼빠진 놈이 없는지. 밤새 뒤지지 않고 잘 잤는지. 까까머리 같은 상륙돌격형의 머리 수를 세는 것으로 일과는 시작된다.


 대대급 훈련이면 주계의 취사츄레라가 동원이 된다. 밥과 국은 츄레라 안에서 하고 솥은 야외에 걸고 조리를 한다. 지금은 어찌 하는 지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면 커다란 솥을 야외에 걸어 놓은 모습이  참 없어 보이는 듯 하다.


꽁꽁언 밤을 보낸다 해서 따뜻한 것을 쉬이 만날 수는 없다.


어디를 가더라도 추운 건 마찬가지. 중대별로 배식함에 밥이며 국이며 간단한 반찬 두개쯤을 나눠받아 오면 배식을 받아 먹는다. 츄라이에 받아 먹었는지 함구에 받아 먹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추운 날 맛은 쏘쏘지만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어딘가... 전투 식량은 기합이 든 쫄도 먹기가 참 어렵고 지랄 맞았다.


그때까지는 해병 1사단 포병연대는 사단 직속 대대인 포 00 대대를 제외한 너머지 대대는 105mm 견인포를 운용하고 있었다.


0 개의 표병 대대는 0개의 보병연대를 각자 지원하게 된다.


포병 대대의 총 화력은 00문으로 0개의 포병중대가 있으며 0개의 지원중대로 편제되어 있고 총 00문의 포를 견인할 00대의 포차 (기동차)는 기본으로 하고 사격지휘차량.. 등등... 뭐 여튼 대대 전체가 움직이면 다수의 차량이 동원된다.


주둔지에서는 실 사격이 불가해 아침 조식 후 사격을 위해 대대 전체가 이동을 하거나 비사격이 있는 날은 주둔지에서 각자 진지를 잡아 훈련 상황을 기다린다.


포중대 들이 포 방열을 하고 위장망을 씌우고 진지를 잡으면 사격 지원 요청에 따라 화력 지원을 하게 된다. 화력 지원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진행이 되는데 중대 전체 화력이 집중....(아 ...이거 너무 훈련 상황을 상세하게 기술하게 되는데...) 생략하겠다.


그 외 지원병력들은 진지 주변의 방어나 주변 지역의 적 침투 위험 요소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찰을 가거나 매복을 하거나 혹시나 모를 민간인이나 차량이 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자의 위치를 잡고 지원을 하게 된다.


진지 주위 어딘가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는데 저 멀리서 굉음과 함께 바닥이 울리는 느낌에 놀라 전방을 주시하니 흙먼지를 가득 일으키면서 무섭게 달려오는 한 무리의 덩치들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전차와 상륙장갑차가 무리를 지어 진지 내로 기동해 오고 있었다.


실제로  K1 전차의 기동은 처음 봤는데 정말이지 거침이 없었다. 바싹 말라 있는 강 바닥은 전차의 기동을 막는 장애물이 하나도 없어서 인지. 저렇게 전차가 빨랐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마무시한 속도로 기동해 오고 그 뒤에는 상륙장갑차가 빠르게 따라 붙고 있었다.


전차는 포진지 내 까지 진입을 하지 않고 진지 밖에서 방향을 돌려 각각 자리를 잡았고 자리를 잡은 틈 사이로 장갑차가 진입을 해 뒷 해치를 열고 병력들을 쏟아 내고 있었다.


어떤 상황이 떨어 졌는지 각 포대의 움직임이 바빴고 수분뒤에 사격을 한다는 수신호와 함께 비사격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비사격이 이뤄지다 상황이 종료되었는지 각 포대는 좀전의 상황으로 돌아갔고 보병 병력들은 다시 장갑차게 실려 전차와 함께 우리 진지를 통과하여 흙 먼지를 요란하게 피워대며 작전도로를 따라 사라졌다.


-보병과 포병.

-포병과 보병

-해병대가 보병이지.

-전장의 꽃 보병.

-17-1


각 병과마다 본인들의 우월함을 표출하지만 보병과 포병, 포병과 보병 만큼 서로를 뗄 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없다.


보병들은 포병의 지원이 절대적이며 보병이 무너진 포병은 의미가 없다. 포병진지에 적 보병이 보인 다는 것은 아군 보병의 전멸을 뜻하는 것이고 포병 진지에 아군 보병이 혼재 되어 섞여진다는 것은 방어선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나중에 전역 교육대에서 17-1 보병 동기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들은 포병 병과에 대해 절대로 시시하다고 말하진 않았다.


보병의 승리의 필수요소는 정확하고 무자비한 화력 지원이 8할을 넘는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니까..  그리고 가장 친하게 지냈던 대대도 각 보병 연대에 지원을 하는 포병대대였다.


우리가 지원하는 보병 연대의 훈련에 나가면 오히려 보병들은 포병들의 기합 잘 든 것도  알고 있었고 우스개 소리로 전쟁이 나면 정확하게 많이 쏴달라고 하기도 했다.



전쟁이 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전쟁이 날 가능성은 적지만, 이제는 민방위에서도 열외를 시켜버린 나이라 전시에도 그냥 민간인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나서야 하는 총력전이라면 나는 해병대의 깃발 아래 해쳐 모이는 것을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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