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혹한의 밤 6

머린코341(mc341) 2019. 10. 11. 21:40

혹한의 밤 6


여러 훈련과정이 끝나고 드디어 대대로 복귀하는 날 아침이다.


간밤에도 정신없이 추웠다. 다행이 근무를 서지 않아 편한 밤이었지만 추위에 고스란히 떨어야 했던 밤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오리털 침낭. 그거 정말 개선이 필요하다.


화섬솜 침낭은 더 춥다. 다량으로 만들어 내면 정말 보온성 뛰어나고 가볍고 부피 적은 침낭을 얼마든지 조달 할 수 있는데 재향군인회다 보훈집단이다 뭐다 이런 전문성 없는 넘들이 끼여서 군 보급품을 독식하다 보니 장비의 질은 바닥을 기고 군납은 부정부폐가 만연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 개선이 된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보온성 0인 화섬솜 침낭 같은 걸 쓴다면 정말이지 빠른 시간에 개선을 하기 바란다.


조식을 먹자 마자 정신없이 진지 철수를 서두른다.  멀건 된장에 두부 몇 조각 들어간 똥국이지만 그래도 따뜻한게 들어가니 온몸에 온기가 도는 듯 했다. 


이럴 땐 라면하나 끓여서 김치 넣고 밥말아 먹으면 입에 쫙쫙 붙을텐데 말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 함구에 넘치도록 끓여서 먹고 싶었다. 진심으로 먹고 싶었다.


고참들이야 짬밥이 있으니 지들끼리도 손발이 짝짝 맞아 진도가 잘 나가는데 아직 경험 없고 쫄들인 우리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옆에 대기했다가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 모르면서 뭔가 하려 했다가는 썅욕과 함께 죽통이니... GP가 걷어지고 중대장,대대장님 CP가 걷어지고 주변정리가 들어간다.


우천을 대비한 배수로가 다시 매꿔지고 주변에 머물렀던 흔적은 최대한 지운 다음 중대별로 도열을 해서 마지막으로 이동간의 안전 교육을 받고 철수를 시작한다.


이 때 아무 생각없이 738기 선임과 주계 추레라에 올라 타 노래까지 부르며 신나게 복귀한 것이 실무들어 3번째로 복날에 개맞든 맞을 사건이 될 줄은 몰랐다.


철수 구령과 함께 각자의 포차로 올라탔는데 738기 선임과 난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누구의 허락을 받고 포차에 견인되어 가는 주계추레라에 올랐다.


호로(거적)을 재끼고 꼴에 경계총을 한답시고 총구를 밖으로 빼내고 안전바 위에 올려 둔 다음 후미에 차가 없을 땐 노래까지 부르는 호기를 부리며 중대로 복귀를 했는데 (약 1시간  30분 가량 소요) 6호차가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 후미에 붙더니 대대장님이 뭐라 노발대발 .


갑자기 대대 전체 병력이 이동이 중지되고 중대장이 뛰어 오더니 개썅욕을 날리면서 당장에 내리란다.


738기 선임과 영문을 모른채 내려서 중대 기동차에 올라타니 그 때 부터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올라타자 마자 적재 공간으로 고개를 돌린 중대선임하사의 개썅욕이 들려왔고. 욕이 끝나자 선임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길질이 날라 왔다.


대 낮에 별이 번쩍번쩍 하길 몇차례. 이동하는 기동차 바닥에 쓰러질 때 까지.. 피똥 쌀 때 까지 오지게도 두들겨 맞았다.


어디 그 뿐인가. 내 위로 줄줄이 사탕으로 줄때치기 부터 시작해서 아구창이 난무하는데 아... 정말 기동차에서 뛰어 내려 버리고 싶은 맘 밖에는 없었다.


738기 선임은 코피가 터졌는지 볼 옆으로 선혈이 낭자했으며 ㅎㅎ 이리저리 휘청거리면서 퍽!퍽.. ㅎㅎ


기동차의 속도가 현저하게 줄면서 우회전만 하면 남문으로의 진입인 듯 했다.


남문 진입 후 십분쯤 이동하면 대대, 기동차의 나무 의자에 걸터 앉지도 못한 채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우리들은 수통의 물을 묻혀 코피가 터져 선혈이 낭자한 볼떼기를 닦아 내었으며 죽통을 맞다가 눈물샘이 자극되어 의도치 않게 흐른 눈물 자국을 말끔하게 닦아 내었다. 구타 흔적이 없도록 고개를 들어 검사까지 맡고 ㅎㅎ


입안이 또 비릿하다.


씨발.. 주계추레라에 탑승이 되지 않는 것이면 애시당초 허락을 하지 말던가. 개쫄이 선임 허락없이 거기에 탈리가 만무한데 무조건 때리기만 한다.


참.. 군대 좆같다 씨발..


중대에 도착하여 훈련 장비 하역이 어느정도 마무리 되어 선임들은 모두 들어가고 우리 둘 만큼이나 줘터진 732기 선임들이 누가 거기 타라고 했냐? 고 심문해 왔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738기 선임이 대답을 하는 순간 또 2단 옆차기, 입에서는 개썅욕. 그걸 바라 보고 있던 나도 2단 옆차기에 발라당. 중대 창고 바닥 콘크리트 먼지가 온몸을 덮을 때 까지 이리 저리 날아다녔다.

 

맞는 건 이골이 나려 하는데도 이게 참 적응이 되지 않는다. 맞다 보면 통증이야 참을 수 있는데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순간 맘 속에 내제 되어 있던 통제가 풀리려 한다.


해병이기에 맞는다. 하는 생각이 이성을 넘어서게 되고 그 한계를 넘어가면 사고가 난다.  선임이고 나발이고 그냥 나도 같이 맞받아 치는 개판 오분전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다행이 이성은 잘 버텨 주었다.


한참의 2차 푸닥거리가 끝나고 똑바로 서 있으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설움이 복 받친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아니 방법은 있다.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비참함 뿐이지만 말이다.


732기 선임중에서 나름 인간성 좋은 선임이 구석으로 가더니 때리다 지쳐 목이 말랐는지 "맛스타" 복숭아 캔 하나를 야샵으로 쳐서 땄다.


벌컥벌컥 마시더니 738기 선임에게 내민다. 그가 맛스타를 받아 들고도 머뭇거리니


"마시는 악기보겠어"


라는 말과 동시에 조선시대 망나니가 역적의 목을 치기 전 마시는 막걸리 처럼 벌컥벌컥 마신다. 


그 뒤 내차례 입안이 터져 까끌하고 먼지를 마셔 매캐한 입안은 선임 보란 듯 악기있게도 마셨다. 큰 깡통 하나가 금새 비워질 만큼 악기있게 마셨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FM 스타일인 대대장님은 이동간에도 대열을 벗어나고 차를 세워 대대전체 이동간의 안전과 군기를 살피시는데 주계 추례라가 견인되어 가면서 우리 둘이 타고 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하셨고. 주계 추례라의 견인장치가 문제가 있어 분리가 되면 100%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즉시 중대장에게 무전을 때려 내려서 확인하라고 명령을 했다. 그 와중에 너는 뭐했냐? 라는 질책을 받았지 싶다.


그래서 중대장이 빡쳤고 중대장에게 핀잔을 먹은 중대선하가 빡쳤고 중대선하에게 썅욕을 먹은 말년 선임들이 빡쳤고 상말,일말 내려오면서 그 많은 인원들이 빡치니 이 사단을 만들었던 738기와 난 뭐...


정리가 다 끝나고 내무실에 들어가서 다시 정리를 하고 환복도 하지 못한채 주계로 가서 먹다 남은 걸로 밥을 먹고 추라이 설겆이를 한 다음 식사당번 오장의 배려로 소나무 밑에 앉아 그제서야 담배 한대를 빼무니 기가 막혔다.


두어번 담배를 빨아 당기니 왈칵 눈물이 솓구쳤다. 눈물을 보였다간 또 개박살 나기 때문에 삼켰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과 눈물을  삼키게 되면 목에 통증이 인다. 아마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렇게 설움과 눈물을 삼키고 아무 렇지 않은 듯 다시 중대로 내무실로 들어가 신변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선임 수발들고 쫄들 챙기고 하다보니 정신없이 오후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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