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돼지작업원

머린코341(mc341) 2019. 10. 12. 09:20

돼지작업원


평온하던 내무실에 안전하사의 작업원 호출 구령이 있었고 침상에 앉아 있다가도 작업원 소리에 조건 반사하듯 튕겨져 나가 출입문을 잡고


"유~육 내무실~~"


하고 소리를 지르니 각 내무실별 1명은 주계로 5분 안에 집합하라는 전달이다.


작업의 종류에 따라 상병선에서 받는 작업과 쫄들이 받는 작업이 구분지어 진다. 그 중에 주계작업원은 개쫄들이 최우선으로 끌려가는 작업이다.


가끔 배고픈 선임 (일병 말~상병 중)이 함께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딸랑 1명일때는 내무실 바닥은 열외고 바로 위가 가게 된다.


자고로 나다.


팔각모를 쓰고 주계로 가니 주계 마당이 소란스럽다.


"꽤~액 꽤~~액"


주계 쇠기둥에 겁나 큰 돼지 한마리가 묶여져 있는데 이 돼지가 갑자기 어디서 온 돼진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했다.


잠시 후 중대선인하사님이 입장을 하시고 지금 이 돼지를 잡는다고 하며 주계에서 가장 잘드는 칼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작업원들을 둘러보더니


"아무것도 모르는 쫄병들만 나왔구만.. 어이 000 하사 000 하사!  00중대 가서 000 불러와 얼른."

"네 000 해병 불러오겠습니다"


잠시 후 상병 최고참인 000선임이 붙들려 왔고 중대선임하사는 다짜고짜로 칼을 쥐어 주며 돼지 멱을 따라고 하셨다.


000선임은 당황해 하며 자기는 돼지를 잡아 본 적이 없다고 했고 중대선임하사는 욕을 썪어 가며 지난 추석때 니가 멱따지 않았냐고  노발대발이다.


그 선임은  결코 자기가 멱을 따지 않았으며 000해병이 멱을 따고 배를 가를 때 옆에서 잡아줬다고 항변을 했다.


중대선하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그랬어?" 하고 되 묻고선 옆에 서 있는 안전하사에게 000 선임을 잡아 오라고 했다.


기합든 안전하사가 중대로 사라져서는 한참이 지나서야 혼자 오더니 현재 어디에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하니 중대선하가 또 욕을 썪어가며 노발대발이다.


쫄병 안전하사는 다시 어디론가 뛰어 가고 돼지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을 때 돼지 목 따기 전문가 000 선임이 홀연히 나타났다.


주계앞을 지나가다 일련의 군중들이 모여있고 돼지 숨넘어가는 소리가 나니 슬쩍 들린것인데 반색을 한 중대선하는 또 욕을 썪어가며 이 개새끼 어디갔다가 이제 오냐고...


영문도 모르는 돼지 목따기 전문가 선임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중대 선하는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건네주며


"목 따!"

"네?"

"작년 추석에 니가 목 땄다매?"

"아님돠! 저는 그냥 어디를 찔러라 해서 찌르기만 했고 나머지는 000해병이 했습니다."


ㅎㅎㅎㅎㅎ

2명을 불렀는데 두명다 거들었다 하고 지시한데로 찔렀다고만 하고 발뺌이다.


사실 누가 저 거대한 돼지의 목에  아무렇지도 않게 칼을 집어 넣을 수 있겠는가?..  000선임에게 돼지 목따기를 지도편달해준 000선임은 이미 재대를 해서 민간인이 되어 있었으니 대안이 없다.


중대선하의 협박에 할 수 없이 타칭 돼지 목따기 전문가 000선임이 칼을 들긴 들었으나 돼지 앞에 서니 겁나 큰 덩치에 압도를 당했는지 진전이 없이 돼지와 서로 대치만 하고 있는 꼴이다. ㅎㅎ


하기사 돼지도 지능이 있는데 주인이 아닌 같은 옷을 입은 이상한 인간들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고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필사적으로 저항을 하는 듯 계속 꽤액~~꽤액 비명을 지르고 요동을 치니 묶어둔 줄이 곧 끊어질 만큼 팽팽하게 당긴다.


이 찰나에 돼지를 묶어둔 끈이 풀리면 멧돼지로 빙이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이 작업에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일단 돼지를 기절을 시키던가 어찌어찌 해서 눕힌 다음 정화하게 멱을 따야 하는데 돼지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칼로 멱을 따려고 덤비다간 칼에 찔릴 수 있으므로 뭔가 조치를 해서 돼지를 기절시키든 눕히든 해야만 했다.


누가봐도 딱 견적이 나오는 모습인데 다들 쭈빗쭈빗이다. 나이 20살, 21살 애들이 무슨 돼지를 잡아 봤겠냐..먹기만 했지 ㅎㅎㅎ


그 상황이 이해가 되었는지 중대선하는 이번에 00중대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체질인 울산이 고향인 000해병을 불러 오라고 했다.


잠시 후 000선임이 불려오고 지난 번에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렇게 했다고 하고서는 굵은 끈을 여러개 가지고 오더니 돼지를 잡고 있을 테니 앞발, 뒷발을 단단이 묶으라고 지시를 했다.


옆에 서 있던 쫄들 중심의 작업원들은 살아 미친듯이 날 뛰는 돼지 목을 잡고 허리를 잡고 몸통을 잡고 돼지 똥내 풀풀 나는 다리를 아무렇게나 막 잡으니 돼지가 미친듯이 괴성을 지르며 요동을 쳐버리니 두어명이 떨어져 나간다 ㅎㅎ


나도 뭔가를 해야 욕을 안 먹을 것 같아 어리버리 하고 있으니 그 선임이 성큼 앞장을 서더니 괴력으로 돼지 목을 끓어안고 쫄 중에서  빠릿빠릿한 해병이 서너명 달려들어 앞, 뒤 다리를 묶기 시작했다.


거기에 옵션으로 돼지 목까지 묵어서 꼼작을 못하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눈이 까뒤집힌채 입에 거품을 문 돼지의 최후의 저항 덕에 돼지 목에 줄 걸기!


작업은 쉽지가 않았다.


일단 돼지는 다리가 묶이니 옆으로 넘여져 주계 앞마당을 쓸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오함마를 가져와서 울산 000선임에게 내밀었고 선임은 초탄필살!의 자세로 호흡을 가다듬어 돼지의 머리를 내쳤는데


아뿔사!


돼지가 순간 요동을 치는 바람에 그냥 땅 때리기로 끝나고 시멘트 바닥에서 되 올라온 충격에 000선임은  몸을 떨었다.


다시 2탄이 추가 장전되고 돼지가 움직임이 약간 느려진 틈을 타 오하마를 내리쳤고 정확하게 돼지의 머리에 작렬되었다.


"꽤애~~~~엑 ~~~~~~~~~~~~~~~~~~"


아마 이 세상의 모든 돼지의 울음 소리가 결집된 엄청난 괴성이 들려왔고 여전히 주계 마당을 쓸고 있던 돼지는 3탄, 4탄을 맞고서야 곤죽이 되어서 부들부들 경련만 일으키고 있었다.


그 때 바로 000선임이 날카로운 칼을 선임하사가 지정하는 위치에 밀어 넣었고 그 순간 다시 한번 비명을 지르던 돼지는 선지를 내 뿜으며 최후를 맞이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자니 사람 참 잔인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돼지의 사육 목적은 그들의 삶을 영유시키는 목적이 아니라 인간이 식량을 얻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잔인해서 숨이 넘어가는 돼지는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칼을 넘겨받은 선임하사의 능숙한 해체쇼에 의해 돼지는 내장과 살과 다리와 머리가 분리되었으며 가장 맛있는 부위의 붉은 고기는 돼지 멱을 딴 000선임과 해체를 한 선임하사의 몫이었다.


그 돼지는 짬밥을 얻어가는 사육농장에서 짬밥 값으로 돼지 한마리를 놓고 간 것이었으며 중대 선임하사님은 이미 돼지의 멱과 해체의 달인이셨으나 손에 피를 묻히기 싫어서 대원들을 시킨 것이었다.


다음 날 하루 종일 주계장 밖에 설치된 대형 솥에선 돼지 삶는 냄새가 진동했다.


진심으로 돼지 삶는 작업원으로 가길 바랬으나 이미 선임들의 독차지가 되었었고, 맛있게 삶긴 돼지는 다음날 중대별로 분배가 되었으며 약간의 술도 지급이 되었다.


악기있게 먹은 수육은 정말이지 꿀맛이었다.

*이 때가 구정때였는지 아니었는지는 기록이 없고 돼지작업원의 충격적인 내용만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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