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간35기 숫탉

잘난 놈, 놀라운 놈, 자랑스런 놈

머린코341(mc341) 2015. 1. 8. 09:54

잘난 놈, 놀라운 놈, 자랑스런 놈

 

 

70년도 중대장이 자리잡혀 있을때 김일중이란 전입 신병 하나가 들어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귀공자 바로 그것이였다.

 

키도 175정도이고 체중도 66Kg정도이며 입술이 붉고, 얼굴이 신병 훈련소를 거친 사람같지 않게 희고, 눈썹과 이목구비가 뭐 하나 흠잡을데가 없다.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이다.

 

연대에서 사단 웅변 대회가 있다고 전통이 내려 왔는데 신경 쓰기가 싫고 해서 그냥 현관에 붙쳐만 두고 말도 하지 않았다.

 

헌데 그 녀석이 지원을 한다고 한다. 쌔카만 놈이.........

 

인사계에 딸려 보내 연대 인사에 보냈드니 거기서 합숙하며 연습 한다고 하드니 일등을 해 왔다.

 

대대장과 연대장은 싱글벙글이지만 나야 애초부터 흥미도 없고 ....

 

포상휴가 보낼 처지도 아니고 또 중대에 특별 상도 없고 귀찮기만 해서 그런가부다 하고 말았다.

 

그런데 주말이면, 그녀석에게 서문 면회소에서 면회가 거의 매주 온다,

 

헌데 이 녀석은 면회를 거부한다. 내가 당직 설때도 몇 번 거부를 했고 다른 사람이 설때도 그렇게 한다고 한다.

 

면회 오는 사람은 거의 여자들이다.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겟지만. 이게 한 두번 안가면 고만인줄 알았는데 지휘계통으로 그애 면회가 왜 않되느냐고 문책 비슷하게 온다.

 

본인이 강하게 거부 한다고 해도 진실을 믿지 못하겠는지 몇 차례 전통이 오고갔다.

 

내 주장은 우선 본인이 싫어하면 본인의 의사대로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야! 너 왜 면회를 거부하냐? 면회가면 맛있는거 많이 먹고 보고싶은 사람 보고 좋잖아? 그리고 수백리 밖에서 면회온 사람 성의를 봐서라도 좀 싫드라도 나가 봐야지 않아?"

 

"싫은데 제가 왜 나갑니까? 누가 면회 오라고 했습니까?"

 

"얌마 그래도 그렇지 너땜에 중대장이 연대 인사과에 다 불려갔다 왔다. 내가 너를 안보내는가 싶어서 말이다."

 

"정히 그러시면 어렵지만 중대장님이 한번 나가셔서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한번 하시면 안되겠읍니까?"

 

"아니 너 이자식이......"

 

차근 차근 물어보니 이게 서울대학을 다니다가 여자들 등쌀에 해병대로 도망을 온 것이였다.

 

여자들끼리 질투하고 싸움하고 아주 진저리가 난다고 한다. 심지어 경찰서까지도 몇 번 다녀 오곤 했다고 한다.

 

허나 부대에선 병들에겐 그런말을 못한다고 한다.

 

그랬다간 선임들이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 계들에게 사정해야 하고 복잡하다며 머리를 흔든다.

 

세상이 불공평해도 이렇게나 불공평한가 ......... 여자 맛도 못보는 놈이 태반인데.

이 녀석 말이 정말인지 어쩐지 서문 면회소엘 한번 가 봤다.

 

정말 예쁜 여자가 하나 있다.

 

울먹 울먹 하길래 해병대는 특수부대라 훈련이 많아 면회는 일절 없고 휴가때나 만나라고 타일러 보는데 포항 근방의 절에 숙소를 정하고 부처님께 일중씨를 만나게 해 달라고 하루에 1000배의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즉 절을 하루에 1000번 하며 기도 한다는것이다.

 

내가 보기에 정말 딱하지만, "자꾸 이러면 일중이 근무하는데 지장이 많으니까 일중이 생각한다면 서울가서 조용히 계시면 5~6개월이면 휴가 갈테니 거기서 기다리셔요" 하며 충고를 하여 보낸적이 있다.

 

근무도 열심이 하고, 엘리트라 표도 내지않고 그야말로 충실히 근무를 잘 한다.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

 

그리고 선 후임들과 융화도 잘 되었다.

 

중대내에 권투 클럽이 있었는데 간이 링을 만들어 놓고 스파링을 하는데 아무도 일중이를 당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한번 그녀석과 스파링을 하다가 맞아 죽을뻔 했다.

 

난 원래 당수인데 발로 하체를 차지 못하게 하니까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라고 모두가 같은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걸 그 애를 보면 느끼게 된다.

 

한번은 사단에서 그 애를 사단장 공관에 가정교사로 그 애를 차출해 보내라고 한다.

 

당시에는 그러나 아무리 사단 인사라 하더라도 일단 내 중대에 떨어진 이상,

내가 전출내신을 내지 않으면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러사람들이 원하는 자리고 모두가 부러워 하는 자리이니 물어볼것도 없지만,

요식행위라 생각하고 본인의 의사를 타진한다.

 

"야~ 사단장 공관에서 너를 지명해서 공관 요원으로 보내라 하는데 네 의견은 어떠냐? 아마 그집 아들들 가정교사로 쓸려고 하는것 같은데......"

 

"싫습니다. 전 그곳에 안갑니다. 전 이곳이 좋습니다."

 

예상외의 답변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아니, 왜? 그곳에 가면 좋은것 먹고 따뜻하게 자고 편하게 군 복무를 마칠수 있는데"

했더니 그 답이 마치 대포소리보다 더 크게 내 귀를 때린다.

 

그 소리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내 귓가에 멤돌아 잊을수 없다.

 

"중대장님!! 제가 맛있는거나 먹고 편하게 살려고 해병대에 지원한줄 아십니까? 정말 잘 못 보셨습니다. 전 이곳 말단 분대의 전투원이 제 생리에 맞고요, 전 끝까지 이 자리를 사수 할겁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장교들의 프라이드만 알던 나는 우리 해병대엔 그보다 훨씬 더 높은 병들의 프라이드가 있는 줄 그 애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 후부턴 병사들에 대한 나의 생각도 한단계 더 높게 생각 하게 되었다.

 

그놈 정말 자랑스런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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