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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열외'에서 '악기바리'까지…뒤틀린 '해병정신'

머린코341(mc341) 2017. 2. 5. 18:08

[박병진의 밀리터리S] '기수열외'에서 '악기바리'까지…뒤틀린 '해병정신'


이번엔 ‘후임 초코바 고문’ 시끌 / 폭행·집단 왕따 등 대물림 여전 / 군 최초 인권자문위 운용 발표 / 장병에 인권교육·제도 보완 역할 / 인권교관 양성 등 대책 쏟아내



2011년 7월 4일 인천 강화도 해병대 해안소초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병사 4명이 숨지는 일이 있었다.


 3일 뒤인 7일 소집된 국회 국방위에서는 해병대의 기강해이와 부실한 병력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미 해병대를 다룬 ‘어 퓨 굿맨’이라는 영화를 봤나. 쿠바 관타나모 부대장인 잭 니컬슨이 어떤 병사가 부대 생활을 잘 못 따라오고 훈련도 못한다고 해서 ‘코드레드’(집단적 기합·폭행)를 지시한다. 혹


시 (우리) 해병대가 이러한 정신을 부대의 자랑스러운 정신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느냐”고 지적했다. 한국판 코드레드인 ‘기수열외’ 등 낡은 병영문화를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기수열외는 해병대에서 행해지는 특유의 집단따돌림이다.



답변에 나선 유낙준 당시 해병대사령관은 “(기수열외가)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0년 이상 타군에 비해 (해병대) 병영문화가 뒤져 있는 것은 인정한다”고 실토하고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래도 미덥지 못했다고 여긴 원유철 당시 국방위원장은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왔는데 전우 잡는 해병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해병대의 폭행, 구타, 가혹 행위 등은 끊이지 않았다.


2014년 해병대 1사단에서는 한 일병이 갓 전입 온 신병에게 청소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남성용 소변기 윗부분에 묻은 물기를 핥게 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충격을 던졌다.


2015년 7월에는 선임병의 구타 등 가혹행위를 신고한 해병이 타 부대 전출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한 뒤 보복에 시달리다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때도 기수열외의 악몽이 재연됐다. 해병대는 재차 병영문화 개선과 기강 확립을 다짐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후임병에게 이틀간 초코바 180개를 먹이는 등 ‘악기바리’(악바리 기질을 발휘하라는 의미의 군대 은어)로 불리는 이른바 취식 강요 행위가 인권위 발표로 공개됐다.


A부대 취식 강요 사례. 각 1회 분량으로 가해자는 나누어 먹었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피해자는 가해자가 과자 1-2개 정도 먹고 남은 음식을 모두 혼자서 먹었다고 함.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해병대는 17일 악기바리 근절을 위한 후속대책으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권 자문위원을 부대에서 운용하겠다는 등의 입장을 밝혔다. 군에서 외부 인권 자문위원을 운용하는 것은 해병대가 처음이다. 부대 저변에 깔린 악기바리의 심각성을 인정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오는 23일 정식으로 위촉되는 자문위원들은 2년간 해병대 장병에게 인권교육을 하고 해병대사령부 인권위원회에 참석해 제도 개선방안 등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는다.


해병대는 올해를 ‘인권 강화 특단의 해’로 선포하고는 장교와 부사관, 병사 등으로 구성된 ‘인권지킴이’와 ‘인권교관’을 양성하겠다는 말도 했다. 또 부대에 ‘인권위원회’를 설치해 인권 침해 대책과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며, 인권 우수부대를 선정해 포상금을 수여하고 사령관 표창까지 하는 방안도 내놨다.


그동안 숱한 재발 방지 약속처럼 ‘사후약방문’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이러한 조치가 기수열외에서 악기바리로 변모하는 해병대 악습에 고리를 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세계일보] 2017.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