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336기 고상호

실록 병영 일기 / 제26화 : [전역] 이 또한 험난한 여정

머린코341(mc341) 2017. 8. 21. 11:47

실록 병영 일기 / 제26화 : [전역] 이 또한 험난한 여정
 
[피복 반납]

 

1979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날 행정병으로부터 보급반에 피복을 반납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갑자기 들이 닥친 10.26의 정치적 격랑으로 어수선한 형국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12월 6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최규하 국무총리가 제 10대 대통령에 선임 되는등 정국이 안정을 찾아

가는 것 같아도 제대를 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막상 행정병이 건네준 피복 반납 목록을 받고

입대할 때 받은 곤봉(의낭) 안에 주섬 주섬 반납 피복을 담고 있으려니 제대 한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70년대 만 해도 보급 사정이 좋지 않아서 계속되는 훈련과 작업으로 인하여 바지류가 부족 하였다.

 

그래서 반납하고 남는 바지류는 후임 해병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는 선심을 썼다.

 

피복을 반납하고 보급병이 건네 준 예비군복과 예비군모를 받아서 관물대 상단에 모셔 두었다.

 

[마지막 크리스마스]

 

그 해에는 눈이 엄청 많이 내렸다.

 

제대하는 날까지 후임들과 함께 도로 및 막사, 전차 진지 주변의 제설 작업 하느라 지루하다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을 정도였다.

 

거기에다 새롭게 부임한 부대장 유남규 대령의 복무 방침이 제반규정 준수였다.

 

전역 신고하는 날까지 일체 열외를 허용하지 않아 경계근무도 충실하게 임했다.

 

성탄절 임새에는 밤 12시에 괴선박이 포착되어 전투배치가 붙어 영하 12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에 떨며 몇 시간씩 전차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연평부대에서 세번째 맞이하는 성탄절날은 필승교회에서 대접한 떡국을 먹으며 마지막 예배를 보았다.

 

기독교인인 전차장님이 전역 선물을 주기도 했고, 후임 중에는 사제 양말을 사양 했는데도 불구하고 전역 선물로 주기도 했다.

 

선임하사님은 관사로 초청하여 그동안의 수고를 위로 하면서 저녁 식사를 대접해 주시기도 했다.

 

[동기 가정 초청 송별회]

 

동기 중에 한 명이 연평도 출신이다.

 

1사단에서 근무하다 일병 말호봉 때 쯤 연평부대로 전입하여 전방 보병부대에서 근무하다 군종병으로 전출되어 근무했던 동기생이다.

 

그의 부모님은 연평도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계셨다.

 

그래서 그 동기의 부모님들이 전역하는 336기 동기생들을 전역 전에 집으로 초청하여 성찬을 베풀어 주셨다.

 

우리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연평도에서의 마지막 사식을 즐겼다.

 

[전차부대 송별회]

 

전역 전날 밤 후임들이 정성스럽게 전역 송별연을 열어 주었다. 계속하여 내려온 부대 전통이기도 했다.

 

후임 중 한 명이 기지를 발휘해 그동안 없었던 송별회 실황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을 해 건네 주는 친절을

베풀어주기도 했다.

 

오늘은 지금 집안 어디에 틀여박혀 있을 테이프를 찾아서 한 번 틀어 보아야 하겠다.

 

33여년전의 역전의 전우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그들을 회상해 보아야 하겠다.

 

연평부대에서의 마지막 밤은 깊어 갔다.

 

[전역 신고] 그리고 험난한 [귀항선]

 

1979년 12월 31일 부대 연병장에서 부대장님께 전역 신고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부둣가로 향했다.

 

전역자를 수송할 해군 함정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군측과 부대간의 소통의 혼선으로 일기 관계로 출항을 못한다는 통고를 받고 우리는 다시 송별 인사까지 마친 각자의 부대로 복귀하였다.

 

어제가 마지막 밤이 아니었다.

 

고루지 못한 기상 상황은 몇 번에 걸쳐서 똑 같은 상황을 되풀이했다.

 

드디어 1980년 1월 확실한 날자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전역후 몇 일을 더 유하다가 연평도에 정박해 있는 해군 기지 함대에서 1박을 한 후 해군 작전에 의하여 한 밤중인지 이른 새벽에 기상하여 해군 함대로 이동하여 해군 작전을 목도 하면서 드디어 30개월의 해병대 생활을 마치고 인천 연안부대에 입항했다.

 

동기들과 간단히 식사와 반주를 곁들이고 대구, 서울, 경기 등 각자 고향 앞으로 향함으로 험난하게 입성했던 연평도에서의 군 생활이 전역도 험난한 여정을 거쳐 해병대 예비역으로 다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