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인간개조의 용광로-3

머린코341(mc341) 2019. 9. 22. 18:27

인간개조의 용광로-3


파편상을 입은 동기


수 많은 훈련중에 기억에 남는 몇가지 일화를 소개한다.


침투훈련을 위해 교장으로 이동하여 목마름에 절규하고 츄라이(식판) 양쪽에 가득담긴 퉁퉁 붉은 면발에는 빙수가게서 올려주는 약간의 팥 고명 같은 짜장이 올려져 있었고 그걸 젓가락 없이 숟가락으로 떠 먹는다.


국물도 없이 퉁퉁 불어터진 그냥 면을 먹는 것 자체가 굉장한 곤욕거리다. 


오전 내내 그렇게 굴렸으면서 개돼지도 먹지 않을 면발에 짜장없이 먹는 짜장면 에라 이 씨8.


오후 과업이 시작되었다.


침투훈련 시간이었는데 여러 조로 나누어 전방에 보이는 가상 적진지까지 침투를 하는 뭐 그런 훈련이다.


가상 적진에 거의 다다랗을 때 나즈막하니 고여있는 웅덩이에서 훈련탄이 터졌는데 그 웅덩이를 지나던 동기의 겨드랑위의 전투복이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놈은 정신이 없어서 피가 흐르는 지 땀인지 물인지 분간도 못하고 있을 때 그와 지근에 있던 나와 다른 동기놈이 그 피를 보고 깜짝 놀라


"야 니 피난다 임마"
"어디?"
"겨드랑이에 피난다"


그제서야 낮은 포복을 멈추고 겨드랑이를 들어 올려 확인을 하더니 비명을 지른다.


"악~~~~~"


교관은 영문도 모른채 빨리 기어서 가라라고 개썅욕을 날리는 데 "동기 겨드랑이에서 피가 납니다" 하자 교관도 놀랐는지 확인을 하더니 그 놈을 들춰매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동기는 그대로 엠뷸런스에 실려 (군용 닷지 엠브런스) 군병원으로 가고 훈련은 계속 진행되었지만 파편상의 원인은 작은 웅덩이에 심어 놓은 훈련탄이었는데 교관이 교육에 임하기 전에 웅덩이에 훈련탄이 있는 곳이 있으니 우회하라 고 지시를 했지만 이 놈은 그게 귀찮아서인지 바로 옆을 지나다가 파편상을 입은 것이었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 다시 돌아왔는데 전투복을 보니 겨드랑이 밑에 구멍이 나 있고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래도 이놈은 "내가 진짜 침투한 것 같지 않냐?" 하며 실실 쪼개기나 하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상처가 빈약해서 그냥 대충 치료만 받고 시원한 곳에서 교관이 파편상의 보상이라고 주는 콜라 몇캔 마시고 초코파이까지 (그 귀한 초코파이) 얻어 먹었다고 자랑질을 했다.


머리를 벽에 박아 대는 동기를 보고 놀라다.


날씨는 여전히 뜨겁다. 9월이 되어도 한낮의 날씨는 식을 줄 모른다.


이번 훈련은 화생방훈련인데 교장이 가까워 이동을 멀리 하지 않고 육체적인 활동이 작아 속칭 "꿀빤다" 라고 생각을 했지만 평생 느껴보지 못한 지옥의 끝을 봤으며 아수라를 만났고 카오스를 경험했다.


여러 조로 나누어 대기를 하고 있는데 실습장으로 먼저 들어간 동기들의 처절한 비명소리와 교관들의 쌍욕이 바깥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아니 저게 그렇게 힘든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쿠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실습장의 문이 박차고 열리면서 동기한놈이 뛰어 나오고 연달아 겁나 긴 각목을 들고 있는 교관이 따라 나와 동기의 뒷 덜미를 전광석화 처럼 낚아채더니 안으로 질질 끌고 들어간다.


그 순간 히히덕 거리던 우리들은 갑자기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공포를 맛봤다.


이윽고 먼저 들어간 조가 한무리 우르르 튀어 나오더니 뒹구는 놈, 우는 놈, 펄쩍펄쩍 뛰는 놈 이건 뭐.. 제대로 난장판이었다.


다들 얼굴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땀과 썩힌 침이 흐르고 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한다.


교관은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사전 교육한 내용을 개썅욕과 함께 소리를 질렀지만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얼굴을 들란 말이야"
"두 팔을 벌려"


동기들은 진정이 되지 않은 듯 계속 해서 그  아수라장을 보여주었다. 


이제 지시가 먹혀 들어가고 수통으로 얼굴에 물을 붙고 하더니 겨우 진정이 되었는지..


"아 씨팔...아 씨팔" 을 연달아 하며 숨을 몰아 쉰다.


뒤에 들어간 조도 어김없이 밖으로 나오면서 그 광경을 연출해 주었고 보고 있는 우리들의 공포는 더욱더 배가 되어 "ㅈ+ㅗ+ㅈ 됐다"

라는 생각이 뇌리를 지배할 즘... 드디어 내가 속한 조가 들어가게 되었다.


방독면을 보니 이미 옆이 찢어져 있어서 이걸로는 가스는 커녕 아무것도 정화시키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느껴보니 방독면의 중요성을 제대로 체험하게 되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돼지 마냥 동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실습장에 들어가니 이미 매캐한 기운이 가득하다.


fm으로 방독면을 착용한 교관이 겁나 긴 각목을 들면서 해병대 스럽게 악기 있게 행동하면 다른 조보다 실습시간을 줄이겠다. 라고 하는데 뭐 그건 못 믿을 이야기고... 드디어 깡통을 따서 바닥에 내려놓으니 흰색의 연기가 쉭~~~~ 하고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왁!!!!!!!!!!!!!!!!!!!!!!!!!!!!!!!!!!!!!!!!!!!!!!!!!!!!!!!!!!!!!"


이건 뭐지? 대체 이건 뭐지????   찢어진 방독면 사이로 가스가 스며들자 생전 처름 맛보는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방독면을 쓰고 있자니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제일 먼저 벗어 버렸다. 교관이 각목을 휘드르며 나에게 뭐라고 말했지만 들리지 않았고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구령과 함께 모두들 방독면을 벗기 시작했다.

 
"으악~~~~~~~~~~~~~~~~~~~~~~~~~~~~~~~~~~~~~~~~~~~~~"
"아아아아악~~~~~~~~~~~~~~~~~~~~~~~~~~~~~~~~~~~~~~~~"


본격적인 가스를 흡입하면서 서로 밀치고 난리를 피우는 와중에 동기 한놈이 벽으로 돌진하더니 머리를 사정없이 벽에 찢기 시작한다. 

 

교관이 다가와 벽에서 떨어 뜨리고 하는 찰나 동기 한두명이 출입문을 향해 탈출을 시도하는 순간 각목이 사정없이 춤을 추더니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ㅎㅎ


그 상태로 군가 2곡인가 3곡인가를 부르고 "나가" 하는 구령과 함께 뛰쳐나왔는데 우리 조도 앞서 보여준 그 혼돈의 퍼포먼스를 그대로 다시 보여주었다.



우리의 작태를 앞서 느낀 놈들은 시커먼 얼굴에 흰이빨을 드러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고


"죽겠제? 내 말이 맞제?" 를 연발하며 즐거워 한다. 이 썅놈들.....


바람이 일자 가스가 씻겨 나가고 수통의 물을 얼굴에 붓기를 여러번 하고 있으니 천천히 고통을 가라앉기 시작했다.


아직도 대기하고 있는 조의 동기에게 나도 씩 웃으며 말했다.


"닌 좆됐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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