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인간개조의 용광로-4

머린코341(mc341) 2019. 9. 22. 18:29

인간개조의 용광로-4
 
과실자 교육


여러가지 교육 훈련들을 가열차게 이수해 가는 중에 각 훈련마다 평가를 거치게 되는데 그 평가 점수를 후하게 받으면 수료식 때 표창을 받게 된다. 반면 교육 훈련때의 잘못이나 규율 위반 등도 과실자 점수로 개개인 별로 관리가 되는데 매주 토요일 마다 과실자 점수가 꽉 찬 훈련병들은 개인신변정리 시간에 원치 않은 특수교육을 받게 된다.


"과실자 교육"


나는 다행인지 몰라도 한번도 과실자 교육에 끌려가진 않았지만 해가 질 무렵 교육을 마치고 병사로 돌아오는 동기들 몸에서는 근접할 수 없는 악취가 묻어 났다.


목봉체조를 기본으로 해서 온몸으로 연병장을 구르고 마지막 번이 들어와야 비로소 끝나는 선착순을 넘기면 대망의 "시궁창 기어가기" 가 기다린다. 장소는 공수연병장 뒤쪽의 하수도 인데 당시 공수연병장에는 별도의 화장실이 없어 소변은 모두들 거기에서 일렬로 쭉 서서 해결을 했다.


그러니 항상 지린내가 진동을 하고 꿈틀꿈틀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그야 말로 거대한 화장실 인 샘이다. 

*매일 하루를 기록하는 일기장과 이론 교육의 필기노트인  수양록*


말을 들어본 즉...  이미 몸과 마음이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 진 과실자 교육생들이 일렬로 그 시궁창위에 도열을 하면 교관의 가차없는 구령과 함께 썅욕이 쏟아진다.


구령에 맞춰 교육생 전원이 시궁창으로 진입하고 서서 걸어 다녀도 돌아버릴 판에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은 기본이요... 대망의 하이라이트 그대로 잠수! 까지 경험을 하게 된다.


수심이 없으니 온전한 잠수가 아니라 머리만 시궁창 안에 박아 버리는 것인데 그 고통은 겪어보지 못한 자는 절대 논할 수 없는 극한의 고통이라 한다.


탈영을 꿈꾸고 하극상을 꿈꾸는....  남들 쉴 때 원치 않은 그런 교육들을 받아 내면서 해병대의 악을 기르고 깡을 기르고 한다지만 무조건 과실자 교육은 피해야 할 대상1호로 꼽히는 무시무시한 교육이다.


아마도 현재도 과실자 교육은 존재하겠지만 인권이 유린당하지 않고 해병대의 악과 깡이 필요치 않은 그저 몸뚱아리만 혹사 당하는 그런 토요일 오후의 작은 행사로 유지 되고 있으리라 본다.


한밤의 병사 화재 사건.


불침번 이나 외곽근무가 없는 밤.


고된 훈련을 마치고 꿈에서 부모님을 만나고 애인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콜라를 마시고 소주를 마시고 시원한 생맥주를 흡입하고 뭐 그런 달달한 꿈을 꾸고 있을 시간인데 갑자기 호각소리와 교관의 개썅욕 소리와 함께 병사안이 환하게 밝혀진다.


"신병 제 740기 현 시간 부로 팬티만 착용하고 연병장에 오와열 맞춰서 집합하는데 1분 주겠어"


화가 머리꼭지까지 돌아간 듯한 교관의 핏대 어린 소리와 개썅욕에 깜짝 놀라 일어나니 2층에 잠들어 있던 동기들의 침상까지 뛰어 올라간 교관의 사정없는 발차기가 시연되고 있었다.


물론 개썅욕과 함께... 영문을 몰라 허둥대며 병사를 뛰어나가는 놈.. 아직 잠에 취해 빤스까지 벗고 까지 벗고 있는 놈.. (빤스는 왜벗니?) 전투복으로 환복하고 있는 놈.. 무장을 챙기고 있는 놈... 이건 뭐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몇번의 개썅욕과 함께 쏟아지는 무자비한 발길질과 "동작그만" 원위치" "실시" 를 수도 없이 반복한 후 6중대 전원이 연병장에 빤스 바람으로 집합을 완료하였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랐지만 단잠을 깨어 나오니 입에서 나오는 건 욕 뿐이었다.


"어떤 *새끼가 내무실에서 담배를 쳐 피웠어? 신병 제740기"
"악"
"신병 제 740기"
"아~~악!!"
"해병대 생활 편하지? 병사에서 심야에 담배도 피우고.. 이런 *새끼들 오늘 다 죽었어"


상황은 이랬다.


동기 한놈이 담배가 금지된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짱박아서 보관을 하고 있다 심야를 틈타 몰래 피우고 담배 불을 튕겼는데 그게 창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으로 들어와 1층 침구에 떨어졌고 그게 발화가 된 것이다.


실제 병사가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담뱃불똥이 떨어진 부분에는 매캐한 연기까지 일었으니 불침번 근무자가 기겁을 해 당직 교관을 깨운 것이다.


이러니 교관이 열이 받지 않을 수 있나?
 
빤스 바람으로 공공연히 행해지는 속칭 "빵빠래" 하고는 차원이 다른 강도로 거의 동이 터올 무렵까지 우리는 개돼지 마냥 처절하게 연병장을 기어다녔다.


무릎팍이 까지고 팔꿈치가 까지고 얼굴은 흙먼지 투성이로 변하다 보니 나중에는 전부 다 악에 받쳤는지 동기끼리도 험한 말이 오갔다.


그 놈이 누구인지 23년이 지난 지금에도 누군지 모르지만 그 당시 심정이라면 교관도 교관이지만 그 놈은 동기들 한테 맞아 죽을뻔 했을 것이다. 


항상 취짐에 들기 전 "동기끼리 싸우지 말자" 라고 크게 복창을 하는데 그 날 만큼은 동기가 아니라 왠수였다.


이렇듯 하나의 공동체에서 누군가의 모난 행동은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점을 확실하게 깨달은 밤이었다.

몇 년 전부터 1년에 한번씩 동기모임을 하는데 아직도 이 말이 회자되지만 법인은 오리무중이다. ㅎㅎ


23년이 지나도 그 혹독했던 밤은 잊혀지지 않았다. 이제 너그러히 용서할테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하면서 담뱃불 튕긴 동기놈이 손을 들고 자수를 해 줬으면 좋겠다.


아픈 기억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라 잃히고 오히려 좋은 기억보다 오래가는 법 아니겠는가?


지금 하늘아래서 잘 살고 있을 동기놈아. 연락해라 ㅎㅎ


**병사 화재 사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참사가 있다. 


다음 회차에 이 내용을 써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의 대 참사인데 (해병대 관계가자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 전화가 올 것 같다) 고민을 신중히 해서 글로 옮기도록 하겠다. ㅎㅎㅎ..


읽으시는 분 모두가 절대 믿지지 않을 만큼 충격이 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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