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참전수기/해병158기 이장원

전투와 전투의 단상

머린코341(mc341) 2015. 7. 26. 00:55

전투와 전투의 단상

 

*** 소대장의 전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그럭 저럭 해병 생활도 어느정도 해가던 떄라 생각이 많았읍니다


*** 잠시 한숨 돌리며 - 전투에 대한 - 40년이 지난 오늘 생각해 봅니다

 

1. 철모




대규모 작전의 사이 사이는 대체로 매일 매일 주간은 전투 정찰로, 야간은 매복으로 끊임없이 크고 작은 베트콩과의 조우와 전투가 이어졌습니다. 


두 차례, 전방에서 밤새 전투가 계속되어 교통호에서  수류탄 안전핀도 모두 똑바로 세워 손 닿는 곳에 늘어 놓은 채 조명탄이 밝히는 가운데 밤을 꼬박 세운 적이 있습니다. 


주위에서 가까이 총성이 울릴 때 느낀 가장 다급했던 일은 철모를 써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평소 철모는 무겁고 더운 날씨에 불편하니까 벗어 팽개쳐 놓기 일수였습니다만 가까이 총성이 울리고 전투 준비로 들어 가려니 철모를 안 쓰면 총알이 꼭 내 머리로 날아 오는 것 같은 느낌에 허겁지겁 철모를 찾아 쓰고서야 안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 탄창



주간에 전투 정찰을 나가면 수통에다 수류탄에 탄띠 가득 허리에 찬 위에 어깨 좌우로 예비 탄띠까지 메고 나가야 합니다. 


월남의 그 더위에 그 무거운 탄창들을 메고 가려니 얼마나 땀이 나고 힘이 듭니까? 


그래서 정찰 나가는 도중에 몰래 하나씩 빼어 버립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베트콩과 조우하고 응사가 나타나면 가장 절실한 생각이 충분한 탄환입니다.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뛰면서, 갈 때 빼어 버렸던 탄창들을 이제는 몸을 낮추어 땅바닥을 두리번거리며 황급하게 탄창을 찾아 주워 담아야 합니다.

 

3. 조명탄


야간 전투에서 잊을 수 없는 광경은 조명탄의 낙하 때입니다. 


국내에서 훈련 때는 자주 경험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칠흑 같은 밤에 그 긴장된 순간에 조명탄이 올라가 천천히 내려오면 그 밝기가 가히 환상적입니다.


극명한 명과 암의 대조에 정말 개미 새끼까지 보일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면서 극도의 긴장과 황홀한 환상이 교차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공격 상황에 있을 때는 이 조명탄이 그토록 고마울 수 없지만 우리가 수세에 있을 때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4. 유효 사거리

 

엠원 소총의 유효 사거리는 500 야드입니다. 


즉 600 야드 이상이 되면 명중시킬 수 있는 확률이 극히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시야에 들어와 보이면 무조건 사격을 합니다. 


청룡1호 작전 직후 베트콩에 대한 적개심이 극도에 달했던 때에 한 번 중대 앞에서 도주하는 베트콩이 발견되었습니다. 


중대가 일제히 사격을 했는데 유효 사거리를 벗어난 거리라 결국 한 발도 맞추지 못하고 그 베트콩을 놓친 기억이 있습니다.


5. 소탕전


베트콩의 점령지역 내에 있는 마을을 소탕하는 작전이 전개되기도 합니다.


대체로 적화 50% 이상이 되는 마을들이 목표가 됩니다.


이 때 소탕 작전의 수 시간 전에 경비행기가 떠서 그 마을 위를 돌면서 양민들은 소개하라고 전단지(삐라?)를 뿌리고 여러 차례 방송을 합니다. 


-- 곧 소탕작전이 시작된다.  양민은 피란하고 베트콩은 자수하라고.  --


그런 뒤 드디어 소탕 부대가 마을에 진입하면 이 때는 시야에 움직이는 모든 것은 무엇이든지 당연히 사살 소탕됩니다.


6. 터부(Taboo)

 

인간 생활에 이런 저런 터부(금기사항)가 있습니다. 


전쟁에서도 당연히 터부가 있습니다.  이 터부 중 제일이 전장에서의 강간입니다.


즉 “강간을 한 부대는 전멸한다.”는 터부입니다. 


청룡 1진에서도 이런 사고가 있어 관련자 서너 명이 재판에 회부되어 실형 판결을 받고 본국으로 송환되었습니다. 


그 후에 과연 그 소속 소대가 엄청난 타격을  입어 이 터부를 증명(?)했습니다. 


소대가 마을 외곽에 진지를 구축하고 숙영을 했는데 심야에 베트콩의 기습을 받았습니다. 


본대 쪽으로 철수하려면 개울울 건너야 했는데, 외곽 경계를 세웠던 경기관총이 먼저 탈취가 되에 베트콩 수중에 들어가는 바람에, 아군을 도운다고 본대에서 올려준 조명탄이 개울을 건너 뛰어 후퇴하는 아군을 비추는 바람에 더욱 희생이 컸던 일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