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들의 이야기

저녁 반찬은?

머린코341(mc341) 2017. 10. 31. 07:45

저녁 반찬은?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 김익훈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청룡부대에서 빨간 명찰을 달고 군복무를 하던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 열기로 후끈했던 시기였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있다 보니 경계근무가 강화되었고 외출 외박이 통제가 되어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사단장님이 혹시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여 자주 순시를 하셨죠. 특히 야간에 연락도 없이 운전병만 데리고 순시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선임해병님이 대통령 선거기간에 사단장님이 불시에 순찰을 돌때 있었던 놀라운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날도 사단장님은 운전병만 데리고 순찰을 돌던 중, 강화도 모 중대에 불시에 순시를 했습니다. 그날 야간 근무 중이던 위병소 근무자는 근무 수칙대로 위병소 앞에 설치된 간판에 순서대로 불을 켰습니다.


“정지!” 사단장을 태운 지프차가 정지를 했습니다.


“시동 꺼!” 지프차가 시동을 껐습니다.


“라이트 꺼!” 지프차가 라이트를 껐습니다.


여기 까지는 문제없이 진행이 되었는데 위병소 근무자가


“운전병 하차!” 라는 전등을 켰는데 지프차에서 운전병이 “사단장님이십니다!” 하고 말만 하더랍니다.


그래서 위병소 근무자가 육성으로 일단 운전병은 하차 하라고 소리쳤답니다. 그러자 운전병이 마지못해 내리면서


운전병 - “사단장님입니다. 문을 여십시오!”


그러자 위병소 근무자가


근무자 - “난 사단장님이 오신다는 연락을 못 받았으니 암구호를 대라!”


하면서 그날 암구호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운전병이 암구호를 미쳐 숙지하지 못했나봅니다.


보통 사전에 사단장님이 순시를 돌면 중대에 미리 연락이 가고 중대장부터 비상이 걸려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운전병이 암구호를 알 필요가 없었죠. 운전병이 암구호를 말하지 못하고 버벅 대니깐 사단장님이 지프차에서 내리면서,


사단장 - “나 사단장이다. 그만하고 문 열어라!”


하고 소리를 치니 위병소 근무자는 이에 지지 않고, 그럼 오늘 저녁에 나온 반찬 한 가지만 대라고 했답니다.


그러나 사단장이나 운전병은 일반병과는 다른 장교들 식사를 하기 때문에 반찬이 다르니깐 그것마저도 틀릴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여기서 애청자분들이 의문을 가지는 한 가지, 위병소는 노출이 되어 서로를 쉽게 보는데 왜 그럴까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김포 2사단 청룡부대는 중대가 산속 구석구석 있다 보니 위병소 철문에 위장을 한다고 갈대로 엮어 위병소 출입문에 엮어놓아 야간에는 서로 보이지를 않습니다.


어쨌든 위병소 근무자가 작은 출입문을 열고 나가 직접 확인을 해보니 진짜 사단장님이었습니다.


황급히 출입문을 열어 사단장님을 맞이하였고 사단장님은 너무나 FM대로 경계근무를 서는 위병소 근무자에 감동을 받았답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9박10일짜리 특별휴가를 보내주었다는 이야기를 선임해병이 입에 침이 튀도록 이야기 하였고 우리들은 특휴 나간 그 해병들을 부러워했지요.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밤12시부터 위병소 경계근무가 배정되어 선임 해병님과 위병소 근무를 나갔습니다.


그 당시 저는 일병이었고 선임 해병은 저보다 20기수 빠른 상병이었습니다.


위병소 근무자와 교대를 하고 저는 위병소 입구 모래주머니로 만든 근무대에 선임 해병은 초소 안 따뜻한 난로에 자리 잡고 앉더군요.


별이 반짝이고 추위가 엄습하는 겨울 새벽, 갈대로 엮은 철문사이로 보이는 민가의 불빛이 너무나 따뜻해 보이더군요.


추위를 참고 고향 생각에 젖어들 쯤, 대공초소 근무자의 딸딸이 전화기 소리 “띠릭! 띠릭!” 전 후다닥 전화기를 들었죠.


작은 소리로 “통신보안! 일병 김익훈입니다!” 그러자 전화기 넘어 다급한 목소리 “지프차! 지프차!”


여기서 잠깐 그 당시 대공 근무자는 산위에서 적의 항공기 침투를 감시함과 동시에 중대로 들어오는 동구 밖 입구에 들어오는 차량들을 판독하여 사제차인지 지프차인지 구별하여 위병소로 통보함과 동시에 당직사관에 보고되어 상급부대의 불시순찰에 대비하였습니다.


밤에 보는 사제 차 라이트 간격은 넓고 지프차는 라이트 간격이 좁아 조금만 신경 쓰면 사제차인지 지프차인지 구별을 해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황급히 초소 안 연탄난로에서 졸고 있는 선임 해병을 깨웠죠.


나 - “주OO해병님! 지프차!”


그러자 우리의 주해병님 총알 같이 제 곁으로 날아오고 몇 초 뒤 지프차 소리가 들리자 근무 수칙대로 야간 간판 등을 차례대로 켰습니다.


“정지!” 지프차가 정지하던군요


“시동 꺼!” 그러자 시동이 꺼지고


“라이트 꺼!” 라이트가 꺼짐과 동시에


운전병이 “대대장님이십니다!” 하더군요.


그런데 잠시 머뭇하던 우리의 주해병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운전병 내려!” 전등을 켰습니다.


그러자 운전병이 한 번 더 “대대장님이십니다.” 하더군요. 그런데 주해병님이 “대대장님 오신다는 연락 못 받았다! 운전병 내려!”


마지못해 운전병이 내리더군요. 주해병님이 암구호를 했는데 운전병이 답은 못하고 또다시 “대대장님이십니다.” 하더군요. 그러자 선임해병님이


선임 - “암구호? 모르면 오늘 저녁에 먹은 반찬 한 가지만 대라!”


하더군요. 그러자 밖에서 들리는 대대장님의 목소리


대대장 - “야! 근무자 다 튀어 나와!!”


하더군요. 저는 순간 아뿔사! 얼마 전 이야기를 떠올렸고 주해병님이 아무래도 그걸 모방해 특휴를 노린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낌과 동시에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동시에 느꼈죠.


그리고 주해병님이 총을 들고 샛문을 열고 나가자 갑자기 “퍽!”소리와 함께 “윽!”하는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엎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저도 황급히 밖으로 나가니깐 진짜 대대장님이 험상 굿은 얼굴로 주해병님 쪼인트를 까고 있었죠.


그때 짚차가 떴다는 보고를 받은 당직 사관과 중대장님은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자 위병소로 내려왔고 그 상황을 보고 당황해 했죠.


대대장님은 화가 난 채로 차를 돌려 가셨고 중대장님은 우리에게 상황을 물었죠. 대충의 상황을 보고했고 중대장님과 당직사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니들 둘, 각오하고 있어라!” 하시더군요.


우리는 근무 2시간이 1박2일 같더군요.


새벽2시에 근무교대를 받고 내무반으로 들어와 잠을 청하는데 도통 알 수 없는 불길함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날이 밝고 아침이 되어 아침과업을 완수하고 아침식사를 마치고 내무반으로 올라왔는데 중대장님이 우리를 부르더군요.


전 주해병님과 바짝 얼어 중대장님에게 갔고 중대장님은 우리를 세워놓고


중대장 - “지금 당장 완전무장하고 본부중대로 들어가서 대대장님에게 신고 해라!”


하시더군요. 우리는 부리나케 군장을 꾸려 중대에서 9km떨어진 대대로 구보로 도착해서 대대장님에게 신고를 하고 우리 둘은 그날 하루 종일 완전무장 구보에 P.T체조에 죽다가 살아났죠.


전 특별휴가를 가보겠다고 순간적으로 모방을 한 부산사나이 주해병님이 존경스럽더군요. 덕분에 휴가는 고사하고 죽다가 살아났지만.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제가 상병을 달고 내무반에 있는데 우리의 주해병님, 어디서 들었는지 모 중대 대공초소 근무자가 주간근무 중에 저공비행 하던 헬기를 향해 장난삼아 “받들어 총!”을 해줬는데 그 헬기에 모 육군 군단장님이 탑승해 있었는데, 군단장님이 그걸 보시고 부대로 복귀하여 그 초소 근무자를 찾아서 특휴를 보내주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우리 중대 부대원들은 대공초소 근무 때 헬기만 지나가면 헬기를 향해 받들어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역하는 날까지 특휴를 갔다는 해병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부산사나이 주해병님! 세월이 많이 흘렀군요.


뭐하고 사시는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