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들의 이야기

위문공연

머린코341(mc341) 2017. 11. 1. 12:47

위문공연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3동 / 정유권


저는 94년도에 김포 해병2사단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했습니다.


제가 주로 했던 일은 부대훈련이 있을 때, 물자나 탄약을 수송했구요.


진지공사가 있을 때, 일명 식사추진을 했습니다. 부대, 식당에서 밥과 반찬을 차에다 옮겨 실어 진지공사 현장에 직접 가 배식을 하는 일을 했습니다.


제가 운전병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바로 연예인 위문공연입니다.


사실 군대에서 연예인들을 직접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위문공연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각 내무실에서 2명 정도 밖에 갈 수 없었으니까요.


이번 위문공연엔 코미디언 강석씨가 사회를 맡을 예정이었구요,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온다는 소식에 부대원들은 서로 자기가 가겠다며 쟁탈전이 벌어 졌습니다.


사실 저는, 위문공연 있을 때마다 부대원들을 수송하기 위해 항상 공연장에 따라가곤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후, 위문공연이 시작되고 저는 맨 앞줄에 앉아 침을 흘리며 가수들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한 가수의 무대공연이 끝나고 갑자기 사회자는


사회 - “자, 지금부터 막춤경연이 있습니다~!” 라며

“춤에 자신 있는 해병은 다 나오세요. 1등이 되면 3박 4일에 특별휴 가가 있습니다.”


라며 사회자는 사단장님을 가리키며 “꼭 보내주시는 겁니다.” 라고 하자 사단장님은 OK신호를 보내자 해병들은 함성만 질렀습니다.


아, 그런데 해병장병들은 아무도 나오질 않는 게 아닙니까.


잠시 적막이 흐르고 갑자기 제 등 뒤로 누가 떠미는 게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선임들은 저를 밀쳐냈습니다. 제 의사와 상관없이 무대로 밀려나갔습니다. 그러자 사회자는 저를 보더니 이렇게 얘기하는 게 아닙니까.


사회 - “예. 저기 멋진 해병 나와주세요~!”


라고 하자 갑자기 공연장에 “와~ 멋있다. 우~와!” 하는 함성소리가 들리고 저는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면서 심장이 마구마구 뛰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다른 해병들도 무대 위로 올라갔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데 나올 용기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남들 다가는 특별휴가도 못 가보고 외출, 외박도 못해본 저로서는 오늘이 어떻게 보면 기회였습니다.


막춤이라도 잘 춰서 특별휴가도 가야되겠다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잠시 후 사회자는 “자, 5분 동안 막 흔들어주세요” 라며 얘기하자 해병들은 막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5분 동안 단체로 춤을 추고, 사회자는 순서대로 번호를 만들어줬습니다. 제 번호는 2번이었습니다.


사회자는 1번을 외치며 “1번 해병, 춤추세요~!”


1번 해병은 음악에 몸을 맡겨 마구 추기 시작했습니다. 어딘가 모르는 어색함, 막상 1번 해병이 나와서 춤을 추는 걸 보니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1번 해병의 차례가 끝나고 드디어 제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사회자는 저에게 묻더군요.


사회 - “자, 2번 해병 오늘 어떤 춤을 출겁니까?”


라고 묻자 저는


나 - “예. 오늘 개다리 춤의 진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사회 - “예~! 2번 해병 음악주세요”


라는 말이 끝나자 저는 일단 얼굴을 무표정하게 짓고 일단 다리부터 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며 개다리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사회자는 “2번 해병 더 강하게... 더 세게...” 라고 하자, 저는 마치 제 몸에 빙의가 들어왔는지 요상하고 이상한 막춤을 추기 시작했고 심지어 브레이크댄스까지 추며 눕고 일어나고 손을 뒤로 올리고 다리를 털자, 공연장은 함성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계속 특별휴가를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막춤이다 라며 춤사위에 빠져들고 있을 쯤, 사회자는


사회 - “예. 2번 해병 아주 훌륭한 막춤이었습니다~!”


잠시 후 다른 해병들의 막춤도 끝나고 드디어 특별휴가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사회 - “자, 개다리 떨기의 진수를 보여준 2번 해병”


이라고 하자 저는 다시 한 번 개다리 쇼를 무대 위에서 뽐냈습니다.


애초에 창피한 건 다 어디로 간 건지 또다시 공연장에선 “와~” 소리인지 “우~” 소리인지, 아무튼 함성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위문공연이 끝나고 저는 특별휴가를 아주 재밌게 다녀왔습니다. 또 제 등을 밀어준 선임에게도 감사합니다.


그 위문공연 후로 저는 일명 개다리 해병으로 통했습니다.


부대 체육대회나 축구 경기나 족구 경기에 우리팀이 지고 있을 때, 제가 개다리 춤 한번 추면 경기를 이기곤 했습니다.


부대에선 아주 유명인사가 되었죠.


저로 인해 해병들이 즐거웠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승! 개다리 해병 올림